연주회 그림책 숲 36
밥 길 지음, 민구홍 옮김 / 브와포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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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성악가가 있어서 연주회장을 자주 가는 편이다.
팬심으로 응원하고 기대하며 예술적 감흥에 한껏 취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얼마 전에는 70석 규모의 아담한 연주홀에서 그의 독창회가 있었다.
1시간 20분간의 러닝 타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오페라 아리아를 열창하는 그의 연주 기량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그림책 이야기처럼 매 순간 음악에 몰입하지 못하고 불쑥불쑥 끼어드는 생각의 늪 속으로 빠져들곤 한다.

'우왓! 과연 신이 내린 목소리군!'
'관객 호응도가 장난 아니네! 역시...'
'허걱!  집에 난방을 켜두고 나왔나봐!'

그대로 놔두면 어디까지 흘러갈 지 모르는 생각의 갈피를 붙들고 다시 집중 모드로 돌입하는 것이다.

-연주자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관객은 음악을 감상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혹시 생각해본 적 있나요?-

이번 그림책에서 밥 길 작가는 매우 파격적인 상상력을 펼쳐내고 있다.
이러한 딴 생각은 관객 뿐만 아니라 무대 위의 연주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튜바 연주자는 악기가 너무 버겁다고 불평을 하고, 이가 아파서 곤혹스러운 호른 연주자는 빨리 공연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연주 내용이 만족스러운 지휘자는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다.

-그래, 오늘도 이렇게 
 솜씨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구나.
 지휘자가 되길 정말 잘했어!-

클로즈업 화면 속에 익살스러운 독백을 담은 장면들을 넘겨보면서 무릎을 쳤다.

그림책 <연주회>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일단 그림책 속 주인공의 숫자가 역대급이다. 
무대 위의 연주자들과 지휘자, 그리고 객석에 앉은 관객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독자들 또한 이 연주회에 초대를 받았으니 자연스럽게 관객이 된다.

여덟 시 정각이 되자 지휘자가 무대에 올라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모짜르트의 짧은 곡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곡은 아주 시끄러운 코드로 끝이 났다.
관객들은 브라보와 앙코르를 외치며 연주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처럼 연주회의 모든 과정을 그림책 한 권에 오롯이 담아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획기적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뒤면지에 있는 큐알코드를 따라가면 오케스트라의 악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악기, 금관악기, 목관악기, 피아노, 하프 소리를 하나씩 또는 한꺼번에 들을 수 있어서 교육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내 주변의 더 많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멋진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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