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미와 아기 냥이들 ㅣ 아기곰과 친구들 4
문종훈 지음 / 늘보의섬 / 2024년 5월
평점 :
돌봄과 성장에 관한 경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따스한 색감과 귀여운 그림체, 고급진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다.
괜스레 볼을 부비어 보기도 하고, 두 손으로 품어 보기도 했는데 자꾸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돌보아야 할 아기 고양이가 한꺼번에 세 마리나 생겼다면 어떨까?
그림책 속 주인공 다미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담비 소녀이다.
창밖을 바라보며 차 마시기를 즐기고 거울을 보는 시간도 늘었다.
다미의 엄마, 아빠는 숲의 일로 늘 바쁘게 지내신다.
다치거나 갈 곳 없는 동물들을 돌봐 주기도 하시는데 오늘은 바구니에 아기 고양이들을 담아오셨다.
"사정이 생겼어. 우리가 함께 돌봐주자."
육아에 동참하게 된 다미는 힘들었지만 꽤나 사랑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한동안 지켜보니 아기들은 마치 스펀지처럼 세상을 흡수한다.
그리곤 마음에 담긴 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별것 아닌 일에도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슬퍼하고,
아주 작은 것에도 온 세상을다 가진 것처럼 기뻐한다.
나도 냥이들을 내 마음에 담았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담아두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바로 이와 같은 멋진 문장들이다.
'솜털처럼 사랑스럽고 폭풍처럼 혼란스러운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아기인 내 모습이 멀어지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너무나 아득하고 그리운 느낌이었어.
'함께 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산책하며 걸었던 길......
쫑알거리며 창밖을 보던 뒷모습,
나를 보며 웃던 얼굴......'
'그렇게 우리는 괴물 놀이를 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아이처럼.'
'냥이들은 어느새 쑥 자라있었다.
기분이 이상하다.
조금 더 아이여도 괜찮아. 냥이들아.
물론 나도, 그렇겠지.'
지금에서야 속표지 속 헌사가 제대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사라져가는 '아이들'을 기리며-
인구 절벽의 시대, 출산율 0.65%라는 통계 수치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점차 아이들이 사라져간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내면아이'를 품고 있는 우리 모두의 심리적 문제로 해석되기도 한다.
아묻따 이제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들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정답게 느껴졌다.
어젯밤 꿈속에서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인 두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며 즐거웠다.
아마도 그곳은 내 마음 속에 담아둔 여행지,
독일 남부의 작은 호수 마을 테게른제였을 것이다.
호수라고는 하였지만 바다처럼 광활하였고, 물 표면에서 영원할 것처럼 반짝거리던 윤슬의 잔상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언제 어디서든 눈을 감기만 하여도 곧바로 재현되는 기억이다.
지금은 성인이 된 두 아이들을 키우며 겪었던 모든 순간들이 기습적으로 튀어 올라와 윤슬처럼 반짝거린다.
그림책은 극적인 반전이나 화려한 기법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감동을 전하는 좋은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아름다웠다.
아주 오랫만에 잔뜩 여유를 누리는 호사를 선물받은 기분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