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가슴 뭉클한 대화체로 이어지는 그림책 이야기는 흐뭇하고 따스하다. 색연필의 질감 또한 이야기를 닮았다. 그림체도 마음에 쏙 든다. 그래서 그럴까?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201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발표한 후로 해외에서도 널리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 아빠는 걷지 못해요.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대요. 아빠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해요.- 미안해! 자전거를 같이 못 타서... 겨울에 같이 스케이트를 못 타서... 같이 신나게 헤엄치고 놀 수 없어서... 함께 축구를 할 수 없어서... 비 오는 날 밖에서 첨벙첨벙 빗물놀이를 못 해서... 하지만 다 괜찮다. 매일매일 아빠와 함께여서 아이는 정말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도 이런 아빠를 당당하게 자랑한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그림책 이야기는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다. 아빠들의 육아 지침서 역할도 톡톡히 할 법 하지 않은가! 아이와 함께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들의 모습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한편으로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과 안도감이 교대로 밀려드는 듯 하였다. 마치 수수께끼 놀이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정답을 맞히지는 못했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웠던 경험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자전거를 같이 못 타서 미안하다고 하는 아빠에게 아이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즐기라는 삶의 태도를 그림책 속 아이에게 배우게 된다. 화가 이순구의 '웃는 얼굴' 시리즈가 연상되는 그림책 속 인물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장면 하나 하나가 모두 다 소중하게 다가왔다. 꽃이 가득한 공원에서 아빠와 아이는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문득 아빠의 휠체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둘이서 얼음낚시를 할 때도,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을 때도, 집안에서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 부르거나, 코코아를 마시며 빗소리를 들을 때도 그러하다. 작가는 휠체어 없이도 자유로운 아빠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ㆍ 자식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책하느라 정작 포인트를 놓친 것은 아닐까? 가족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주며 사랑으로 완성되는 관계이다. 부족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나의 가족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미안해!" "괜찮아!" "사랑해!" 가족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는 멋진 그림책과 조우할 수 있어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