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생각지도 못하였던, 그래서 무척이나 신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매우 특별한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타르트의 맛》은 공감각을 느끼는 한 남자와 그의 요리사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손바닥이나 온몸을 통해 어떤 물리적 형태의 촉감으로 맛을 느낄 수 있는 공감각을 지녔습니다. 이 책은 그런 특별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 느끼는 한순간을 독자들이 함께 경험하게 해 줍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비록 우리가 주인공처럼 특이한 감각의 소유자는 아닐지라도 매일 일상적으로 느끼는 여러 가지 감각들이 얼마나 신비롭고 경이로운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감각을 느낀다는 행위 자체가 우리가 현재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해 주며, 이런 감각들이 우리 인생에 다채로운 빛과 풍부함을 부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 줄 것입니다.- 속표지에서는 작가 프로필과 더불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 책 소개 글도 놓치지 말자. 그림책을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독자들에게도 이와 같은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물하기 위하여 의도적 장치를 기획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바로 팝업북으로 완성된 타르트의 맛! 그 맛이 어떨지 페이지를 따라가 보자. 어느 나라에 입맛이 아주 까다로운 임금님이 있었다. 사실 임금님은 음식의 맛을 혀로 느끼는 일반 사람들과 달랐다. 맛을 혀뿐만이 아니라 손바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을 먹으면 제일 먼저 손바닥으로 형태와 온도, 무게를 느꼈다. 그래서 임금님은 식사를 하다가 혼자 킥킥거리며 웃거나 팔꿈치를 감싸 쥐는 등 독특한 행동을 하곤 해서 종종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왕궁의 주방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난리 통에 임금님께 올릴 식사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먹을 만한 것은 살짝 찌그러진 타르트 뿐이었다. 요리사는 여러 과일들을 꿀에 졸여 타르트를 장식한 다음, 그 위에 달걀 흰자 거품을 얹어 구워 내었다. 상상만으로도 환상적인 타르트가 아닌가! 다행히 임금님의 입맛에도 꼭 맞았으니... -처음에는 마치 공작이 오색 꼬리깃을 펼치듯 뺭을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맛이 났습니다.- -다시 다른 조각을 입에 넣자, 생일 모자를 쓴 공들이 손바닥 안을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는 맛이 났어요.- -다음으로는 마치 뛰어가던 아이가 엎어 버린 초콜릿 상자에서 초콜릿들이 튀어나오며 데굴데굴 구르는 맛이 났어요. 주사위 모양 사각형들은 임금님 손바닥 안에서 데굴데굴 구르다 다시 공중으로 튀어 올랐어요- - 잔잔했던 호수에 빗방울들이 떨어지듯이 주사위들이 떨어질 때마다 임금님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투명한 동그라미들의 맛을 느꼈어요.- 우와~ 임금님의 입맛은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가 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감각들이 총출동하여 그때 그때 음식의 맛을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이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맛이 있다. -동그라미들이 모두 사라진 뒤 임금님의 손끝에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내려앉는 맛을 느꼈습니다. 조용한 나비의 날갯짓은 이내 임금님의 두 뺨을 따스하게 감싸안았습니다.- 이처럼 손끝에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내려앉은 경험이 내게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경험한 대로 생각하고 삶을 이루어간다. '영혼의 음식'이란 것이 있다. 우리가 힘들거나 몸이 아플 때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음식이다. 나에게는 새알 미역국이 그런 음식이다. 하굣길에 비를 흠뻑 맞고 돌아온 날, 잠자리 날개처럼 부드러운 새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따끈하게 끓인 새알 미역국을 맛나게도 먹었었다. 오늘 저녁 식사로 나온 타르트의 이 맛 또한 임금님의 소울 푸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경험과 기억을 담은 소울 푸드는 단순히 물질적 개념을 넘어서는 정신적 유산이다. 음식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솔직히 나는 요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도 보지 않는 사람인데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는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내가 만들어 주는 음식 가운데 그 무엇이라도 언제까지나 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면 그보다 더 가치로운 일이 또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