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의 벚꽃 엔딩 초등 읽기대장
이규희 지음, 이지오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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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몰입하여 스토리에 푹 빠져 들었다.
해나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이 핑 돌았고, 열한 살 이준이와 해나가 벚꽃이 피고 지는 동안 하나 둘씩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화사한 꽃잎처럼 예뻤다.

이규희 작가의 벚꽃 사랑은 특별하다.
동화 작가가 된 후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아하는 벚꽃을 소재로 예쁘고 달달한 동화 한 편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이준이와 해나인 것이다.

나 또한 벚꽃을 좋아한다.
벚꽃이 피면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활짝 핀 벚꽃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낙화하는 꽃잎은 마치 눈송이처럼 아름답다.
꽃 구경을 나선 모든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황홀한 순간을 선물한다.

공공장소였던 폐교를 사적 공간인 집으로 탈바꿈시킨 이준이네와 오래된 기와집을 공유 장소인 한옥 카페로 전환한 해나네는 묘하게 대조적이다. 
이준이와 해나 역시 서로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어느 틈에 둘은 차츰차츰 서로 좋아하게 된다.
이때 엄마 친구 딸 유리의 등장으로 인하여 작은 사건이 발생하는데, 적절한 갈등 요소를 한 스푼 얹어서 이야기의 재미를 증폭시킨 점도 눈여겨볼 만하였다.

이 동화는 판타지로 분류된다.
뺑소니 차에 치여서 5년 전에 하늘 나라로 간 해나가 좋아하던 벚꽃을 보기 위해  이 곳에 다시 찾아 왔다는 설정은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커다란 감동을 준다.
연분홍 벚꽃이 필 때면 일부러 벚꽃이 많이 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는 이규희 작가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하였다.
한편, 이지호 그림 작가의 러블리한 샷은 이야기의 구성에 힘을 보태며 멋진 매력을 발산한다.
몽글몽글하고 밝은 이미지 묘사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준이와 해나가 숲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 장면은 최고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자전거가 있는 풍경을 몹시 좋아한다. 그림이나 사진도 마찬가지다.

물론 벚꽃 그림도 참 좋다.
표지에서부터 본문까지 아무래도 이 책에서는 벚꽃 장면이 가장 많다.
그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이것이다.
하나 둘 떨어지는 꽃잎을 올려다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  해나, 그런 해나를 이해하지 못하여 서운하기만 한 이준이, 두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마음을 나누다 보니 슬몃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믿었던 친구였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 난데없이 이별 통보를 받았다. 나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지금은 그저 우리 사이에 머무르던 공허한 시선들만 남루하게 남아 있다.
다행히 동화 속 이준이는 해나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침내 둘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소중한 친구가 된다.
벚꽃이 필 때마다 이준이는 해나와의 즐거운 추억을 꺼내보게 될 것이다.
나 또한 문득 열 한 살의 나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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