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아이, 문 라임 그림 동화 34
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지음, 스테판 키엘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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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이름은 '문'이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 주기도 하고 차단하기도 하는, 그런 일반적인 문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기도 하여 매우 인상적인 이름이었다.
달을 의미하는 영어 이름일 수도 있겠다.
'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아동기에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의 장애, 상동적인 행동, 한 가지 관심사에 대한 몰두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문' 또한 또래 관계를 정상적으로 형성하지 못하며,  손과 발을 비꼬고 흔드는 등 과잉 행동 양상을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은 의자에 앉아 앞뒤로 까딱까딱하면서
  손으로 나비 모양을 만들곤 해요.
  문에게는 긴 끈이 있어서 그런 건 아주 쉽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문이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요.-

문'에게 달려 있는 기다란 끈은 치렁치렁 늘어져서 걷는데 방해가 되곤 한다.
이리저리 뒤엉킨 매듭에 걸려서 꼼짝달싹 못하게 되기도 한다.
축구공에 끈이 자꾸 엉켜 버려서 축구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문'은 학교에서 늘 혼자다.
친구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걸 좋아하는 '문'이 친구들에게 다가갈 때마다 모두들 기피하려고만 하니까 '문'은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해진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세상은 온통 무채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의 주변은 빛으로 가득하다.
강렬하게, 그러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랑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채색과 밝은 노랑의 조화로움이 절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림 작가의 고민이 엿보이는 아름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달고 다니는 기다란 끈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숲에서 만난 새는 그것을 지렁이 더미라며 '문'의 온몸을 콕콕 쪼아 댄다.
새끼 고양이는 그것을 실뭉치라며 '문'에게 달려들어 여기저기 할퀴기 시작하였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듯이 '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여자아이를 만난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림책은 해피 엔딩이며, 이야기가 품고 있는 에너지와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높고 귀하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나눌 이야기가 정말 많을 듯 하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자신의 가치를 발현하려는 내적 자긍심을 기를 수 있다.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관용을 배울 수 있다.
나아가서 나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건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교실에서는 장애인식개선 수업자료로 활용하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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