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기획 의도가 사뭇 멋지다.
유아기에 반드시 다루어야 할 세 가지 감정을 선정한 후,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꼬모 캐릭터를 앞세우고 세 권짜리 시리즈 감정 그림책으로 엮었다.
사랑 : 두근두근 꼬모의 탄생
무서움 : 으스스 심부름 가는 길
속상함 : 생일 축하해요, 엄마!
낱권마다 각각의 매력이 따로 있지만, 세트를 함께 읽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스스로가 그림책 속으로 푹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록 페이지의 워크시트 및 양육자 가이드도 고맙다.
[사랑]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에는 마법의 순간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때론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나를 힘껏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
충분히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험한 세상 속에서도 우뚝서서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꼬모는 엄마 닭 보미와 아빠 닭 타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스스로 알을 깨고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꼬모야, 사랑해."
낯설고 두렵고 깜깜한 곳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 어느새 꼬모의 마음이 간질간질 따뜻해졌다.
꼬모의 가족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 속에도 포근한 사랑의 감정이 차올랐다.
-꼬모는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자꾸자꾸 보고 싶고 가만가만 바라보며
토닥토닥 쓰다듬고 싶은 마음.
이제 꼬모는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사랑해"라고 소리 내어 말할 거예요.-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존재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김없이 '사랑해'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말 뿐만 아니라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준다면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하는 양육자 가이드를 읽으면서 거듭 고개를 끄덕인다.
[무서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꼬모의 표정이 너무나 안쓰럽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은 무서움의 감정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마음이 만들어내는 온갖 무서운 것들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상상 때문에 공포감에 사로잡히고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꼬모 또한 이 모든 과정을 겪게 되는데 그림책의 이 장면이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요. 꼬모 마음에도 비가 내리 는 것 같아요.
크르르릉 천둥소리에 놀란 꼬모가 아빠 품으로 쏘옥.
타리가 꼬모를 안고, 토닥토닥 토닥토닥.
"괜찮아, 소나기는 금방 지나갈 거야."-
아이들이 무서움을 느낄 때는 그 상황을 그대로 이해해주고, 그림책 속 아빠 타리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이때 아이는 자신이 존중 받는다는 믿음 속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하니 정말 그래야 할 일이다.
[속상함]
성장기에 생겨난 마음의 상처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 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속상한 감정은 앙금이 생기지 않도록 그때그때 잘 풀어내어야 한다.
엄마의 생일을 맞이하여 꼬모랑 꼬미는 엄마에게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주기로 하였다.
꼬모가 벌써 이만큼이나 자랐다는 사실에 독자들은 누구라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데 말썽쟁이 꼬미 때문에 힘껏 만든 케이크가 망가져 버렸다.
이런!
꼬모가 정말 속상했겠다.
꼬미도 나름 속상했을 것이다.
다행히 왕벚나무 할머니의 도움으로 멋진 생일 케이크를 완성하였고, 모두가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속상한 마음도 어느새 사르르 풀렸다.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왕벚나무 할머니다.
아이들의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 주고, 지지와 응원 그리고 현실적인 도움까지 아끼지 않는 좋은 어른이다.
"누구에게나 힘들고 속상한 순간은 찾아옵니다. 하지만 양육자의 정서적 지지와 응원이 있다면 아이들은 순간의 속상함에 사로잡히는 대신, 성장을 위한 씩씩한 한 걸음을 내디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함께 읽는 양육자께)
-이제 꼬모랑 꼬미는 속상한 마음이 들 때면
또박또박 소리 내어 말할 거예요-
이처럼 '토닥토닥 꼬모 마음 친구 시리즈'로 배워본 감정코칭은 매우 유효하다.
감정을 다루는 육아지침서로 전혀 손색이 없다.
일러스트는 물론이고 의성어와 의태어, 반복되는 문장 구조로 입말을 살린 문장도 좋다.
깜찍한 표지 디자인 및 부드러운 색감 활용, 둥근 모서리 처리와 같은 요소들 또한 아이들을 충분히 고려한 선택이 아닌가!
지금 현재 육아를 감당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좋은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