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만 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폐해도 많다.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동물 산업은 이제 그만! 유기견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힘들다. 한 때 버림받았으나 새 가족을 만나 행복을 찾은 강아지 루디 이야기를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만나보자. 이 책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강아지 루디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쓴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고 한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시작된 이야기는 또 다시 처음처럼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끝이 난다. 다분히 작위적이지만 흥미로운 구성이다. 일러스트는 대충 그린 듯한 선 그림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을 꽉 채우는 여백은 온통 새하얀 눈 세상이 아닌가! 그야말로 판타스틱 하다. 하얀 종이 위에 지극히 절제된 선으로만 어필하는 담백함이 그림책의 매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감정도 서로 나눈다. 완벽한 가족이다. 유난히 겁이 많아 안쓰럽기까지 한 이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나는 그 날까지 정성껏 보살펴 줄 것이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이야기하는 책들과 조우할 때마다 나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미리 예방 주사를 맞는다고 여기며 직면하고 버티는 힘을 키우려고 애써 다가간다. 이 그림책을 만난 까닭도 다르지 않다. 그림책 속 가장 멋진 장면이다. -"넌 언제나 나의 소중한 친구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때는 절대로 울지 않고 웃으며 말해주고 싶다. "언제나 너를 기억할게. 잘 가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강아지. 네 덕분에 행복했단다." 그림책 속 화자는 몸집이 작다고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할 때가 많아서 속상하였다. 별 수 없이 외톨이가 되어버린 주인공 곁으로 어느 날 루디가 찾아왔다. 루디도 상처가 있는 강아지였다. 사랑을 받은 적이 없어 사람을 정말 무서워하는 듯 하였다. 닮은 점이 많았던 둘은 어느새 제일가는 친구가 된다. 소소하지만 둘이서 함께 하는 일상 이야기가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 루디와 함께라면 모든 일이 즐거웠어요.-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그리고 훌쩍 세월이 흐른다. 그림책 속에 푹 빠져서 그만한 시간을 함께 보낸 듯 생생한 감정에 휘말리는 나. 눈 내리는 창가에 서 있는 화자의 먹먹한 뒷모습으로부터 이별의 기로에 선 나를 발견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언제나 너를 기억할게." 외로움, 학대, 버려짐, 그리고 죽음, 이별과 같은 부정적인 메시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예쁜 그림책이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들, 그리고 나이와 세대를 초월하여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모든 가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