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매력 속으로 그야말로 '풍덩' 빠져 들게하는 그림책이다.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자꾸만 더 아리송해지는 묘한 분위기가 독자를 압도한다. 질문도 많이 생긴다. 이 그림책의 화자는 누구일까? 소녀일까? 강아지일까? (사실 표지만 보았을 때는 강아지가 아니라 토끼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내 토끼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강아지인 줄 알게 되었다.) 강아지는 왜 소녀를 붙잡으려고 했을까?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꿈이었을까? 나도 어릴 적에는 높은 데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었던 것 같다. 끝없이 추락하다가 지상에 발이 닿지 않아 공포가 밀려오는 순간 퍼뜩 잠을 깨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의 엄마는 크느라고 그런 거라며 어김없이 나를 다독여 주셨다. 그림책은 소녀의 꿈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한 소녀가 다이빙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선의 방향은 위쪽, 저 높은 곳... 세로로 긴 판형의 그림책을 아래에서 위로 넘겨 최대치의 공간을 확보하였기에 시각적 효과는 완벽하다.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디 있나요?- 누군가 애타게 소녀를 찾고 있나보다. 다음 페이지를 열면 소녀는 벌써 하강 중인데,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다이빙을 '3초의 예술'이라고 한다. 점프해서 물 속에 들어가기까지 3초 동안의 하강 자세와 기술을 평가받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책 속 소녀의 다이빙은 슬로우 모션이다. 하강하는 동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필사적으로 소녀를 붙잡으려고 하는 강아지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다이빙하는 소녀는 36페이지에서 천천히 한 바퀴 회전한 다음, 40페이지에서 드디어 입수하게 되는 것이다. 풍덩! 이쯤되면 우리는 또 의심하기 시작한다. 대체 작가의 의도가 뭐지? 다이빙 책인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그러다가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닿으면 우리 모두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가 함께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낮에도 밤에도 나만을 바라보는 나의 반려동물, 그리고 늘 내 곁을 지켜 주는 소중한 나의 가족에 대하여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함께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그림책 《풍덩》은 뜻밖에 찾아온 고귀한 선물처럼 나를 설레게 하였다. 풍덩!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때마다 이 그림책을 열어보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