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닥투닥 남매를 키운 엄마의 시선으로 그림책을 읽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매우 흐뭇하다. 하영이와 태영이 남매의 우애가 어찌나 곡진하고 대견하던지... 예뻐! 예뻐! 에구~무슨 사연이지 모르겠지만 시작 페이지는 가족간의 안타까운 이별 장면이다. -아빠는 혼자 서울에서 일을 하고, 엄마와 하영이, 태영이는 시골 할머니 댁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이삿짐을 가득 실은 트럭이 아빠만 남겨두고 출발합니다.-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도 힘들었을텐데 하영이는 장난꾸러기 동생 태영이까지 돌보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매일같이 등하교를 책임져야 하고 오늘은 새참 심부름까지 해야 한단다. 뒷산 고개 너머 밭에서 일하고 계신 할머니께 새참을 가져다 드리라는 엄마 말씀에 하영이는 태영이를 째려보았다. "나 쟤랑 둘이 가기 싫은데..." 과연 하영이와 태영이는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톡톡 튀는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생동감 넘치는 인물 묘사는 압권이다.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였다. 앞뒤표지는 펼침 그림으로 감상해야 한다. 담벼락에 나란히 붙어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남매의 뒷모습이 정말 귀엽지 않은가! 애들 키우던 생각도 나고, 내 유년시절도 떠올랐다. 어릴 적 할머니와의 이렇다 할 특별한 추억은 없었지만 한순간 당신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는 그림책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드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을 붙드는 페이지에서 실컷 머물다보면 다양한 감정들과 조우하며 정서적 공허감을 달래볼 수 있다. 그림책 속 점입가경 디테일도 찾아보자. 다음 두 장면은 하영이의 화난 상태를 점진적으로 극대화시킨 일러스트가 감상 포인트이다. 일그러지는 얼굴 근육과 눈 모양, 치아의 생김새를 비교해서 살펴보면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할머니를 위한 새참 바구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텍스트로 규정짓지 않았기에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런게 바로 그림책의 묘미다. 더 나아간다면 나만의 새참 바구니를 마음껏 상상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면지 읽기! 앞뒤면지의 열매와 채소들 또한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겠다. 산과 들에서 얻을 수 있는 귀한 먹을거리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새참 문화와 더불어 자연 학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쨌든 그림책은 아름답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어른들에게는 그리움 담은 추억을 안겨줄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