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지키고 싶은 소중한 보물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2
막심 드루앙 지음,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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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그림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시간을 들여서 깊이 생각해 보았다.
삶의 길목마다 내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들은 어쩌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현되는 듯 하였다.
어찌됐든 지금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것은 자유롭고 평온한 나의 일상이라 느껴진다.
'너의 보물을 지켜라!'
그림책 속에서 건져올리는 순간 내 가슴에 콕 박힌 문장이다.
정말 꼭 지켜내고 싶은데 현실은 늘 각박하고, 관계 속에서 뒤엉킨 실타래는 스트레스 지수만 높일 뿐이다.
누구에게든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 그림책 속 주인공 용에게 직접 그 사연을 들어보기로 하자.

-용, 그렇다. 나는 용이다. 하지만 좀 별난 용이다.-

주인공 용은 썩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도 잘 받았고, 물려받은 재산도 많지만 이 모든 것이 스스로 무의미했기에 결국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
"너의 보물을 지켜라!"
집안의 가훈이자 할아버지의 가르침이었던 이 말의 무게 때문에 삶은 더욱 지리멸렬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황금이나 보물 따위에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마르고가 용의 동굴을 찾아왔다.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이 좋았기에 용은 마르고를 위하여 황금으로 만든 예쁜 집을 지어주었다.
답례로 마르고는 용에게 자기가 살던 나라에서 일어난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다.
둘만의 즐거운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렇지만 마르고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을 때, 용은 크나큰 충격에 휩싸였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내 앞에 서 있는 이 연약한 여자아이가 끔찍한 공주라니? 믿을 수 없었다.
 용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위험한 공주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다! 사나운 기사 무리들이 우리 위대한 용 가문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공주 때문이라고 했다.-

그림책은 완벽하게 뒤집힌 세계다.
어여쁜 공주는 마법사보다 더 위험하고, 마녀들보다 더 사악한 존재이며 정의로운 기사는 사나운 기사 무리로 인식되고 있다.
책 속의 책 <어린 용들의 교과서>에도 '위험한 것=공주'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은 마음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마르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나라면 어땠을까?
아성을 무너뜨리고 타자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자신이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용의 사려깊은 태도로 인하여 경직된 나의 사고체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살짝 감지되는 정도이다.
이처럼 작가가 보여주는 판타지는 독자들의 시야를 확장시키고 사고의 전환을 부른다.
용의 독백처럼 
'마침내 자유롭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디로 가든 우리는 지금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는 것을 믿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면서 책넘김에 속도감이 붙었다.
단숨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쥐락펴락할 만하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 편의 스펙타클한 판타지 영화를 본 듯 하였다.
서평단으로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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