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똥!
알레산드라 레케나 지음, 길례르미 카르스텐 그림, 김여진 옮김 / 다봄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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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상쾌! 통쾌!
그야말로 3쾌가 짜릿하게 전달되는 그림책이다.
완전 몰입하여 재미나게 읽었다.
168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주인공들을 따라다니며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나까지 숨이 차오르는 듯 하였다.
그런가 하면 계단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원스런 판형과 고급진 표지 디자인은 덤이다. 
선이 굵고 큼직한 일러스트 또한 시선을 사로잡으며집중력을 높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들의 표정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가족 휴가지로 어디가 좋을까?
요즘은 '호캉스'가 대세라고 한다.
그림책 속 가족도 수영장이 딸린 숙소를 잡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함께 모처럼 대가족이 뭉쳤다.
아이들은 숙소에 도착하자말자 수영장으로 직행하였다.
수영장에 1등으로 뛰어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풍덩!
수영장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그때, 마크가 외쳤다.
"아빠! 나 똥!"
출발하기 전에 분명 체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수없이 168개의 계단을 헐레벌떡 뛰어올라 숙소 화장실에 도착했지만
"똥이 안 나와요."

슬몃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림책 속 아빠의 상황에 충분히 공감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이들 키우다보면 이런 돌발상황들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이 몇 번 더 반복된다면?
"아빠! 나 똥!"

그림책의 서사는 믿을 수 없을만큼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역동적이면서도 기상천외한 인물 묘사와 쫀득한 텍스트의 힘이 아닐 수 없다.

🌈 보송보송한 스웨터를 입은 할머니 셋
🌈 튜브를 허리에 낀 아이 둘
🌈 베이컨 접시를 아슬아슬하게 든 임산부
🌈 추로스 200개가 담긴 상자를 옮기는 아저씨
🌈 뾰족한 목걸이를 한 개 세 마리와 산책을 가는 언니
🌈 질이라는 여자아이를 찾는 해적단
🌈 분홍색 새로 분장한 수상한 사람
🌈 심통이 난 고양이 열세 마리
🌈 고등학교 행진 음악대
🌈 2미터 높이의 거대한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즈 수녀 동상을 운반하는 공사장 인부들
🌈 계단을 겅중겅중 내려가며 깃털을 마구 흩날리는 플라밍고 세 마리

결국 마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똥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팬티에 똥 한 번 안 싸 본 사람, 있으면 손 들어 봐요!" -(출판사 서평)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등장인물들의 돌연 고백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똥 때문에 식은 땀이 났던 얘기를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건네 준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마크가 말했다.
"헉! 엄청 당황했겠다."
당혹감으로 얼어붙었던 수영장 가득 화기애애한 에너지가 넘실거렸다.
진정한 위로와 격려의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초등학교 3학년 때 내가 겪은 일도 고백했을 텐데...ㅎㅎ
재미와 감동으로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멋진 그림책이다.
주변의 더 많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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