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탈출 웅진 모두의 그림책 51
김소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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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창살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일까?
제목만으로도 짐짓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막상 그림책을 만나보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트레이싱 페이퍼 재질의 더스트 자켓을 입은 그림책은 철창 속에 갇힌 기이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듯 하였다.
그렇다면 일상을 탈출하는 인간들의 이야기인가?
이런 생각도 잠시, 창살이라 생각했던 것은 얼룩말의 줄무늬였다.
역시 얼룩말의 탈출 소동인가?
얼마전 실제로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의 영상이 불현듯 떠올랐다.
당시 얼룩말 세로는 부모를 잃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탈출의 이유였다고 알려졌다.
그림책 속 동물들이 탈출을 시도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탈출을 적극 응원한다.
아니, 동물원 그 자체를 반대한다.

더스트 자켓을 벗어버린 표지 색감 또한 인상적이다.
빨강, 노랑, 파랑.
이 세 가지 색을 모두 섞으면 검정에 가까운 무채색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색의 조합은 어쩌면 마구 뒤엉켜버린 암흑세계를 예고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책은 시종일관 쫓고 쫓기며 긴장의 끈을 이어간다. 

-비상! 비상!
 모두 집합!
 동물들이 탈출했다.-

작가는 동물들의 디테일한 모습과는 다르게 인간의 모습을 극도로 단순화 시켜서 보여주고 있다. 
이기심으로 동식물을 해치고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며, 금권력의 노예로 전락한 채 투쟁만을 일삼는 인간들에 대한 작위적 표현이 아닐까 싶다.

감상 포인트가 되는 쫓고 쫓기는 장면들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북트레일러로 먼저 보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잡아! 찾아! 더 멀리 가 봐!-

끈질기게 쫓아오는 인간들을 따돌리기 위한 동물들의 위장술은 절묘하고도 유쾌하다.
그게 아니라면 눈 뜨고도 못 보는 인간들의 우매함을 조롱해야 한다.

-여기에도 없어.-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걸까?
동물들의 탈출은 성공했을까?
그들이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곳일까?

책장을 덮은 뒤에도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동물권이라든지 인권, 더 나아가서는 세계관이나 우주관까지도...
좋은 책은 이처럼 울림이 크고, 사고를 확장시킨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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