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우울한 장마가 시작되고, 달콤한 시간들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선물처럼 이 그림책을 만났다.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쏟아진 듯 기분이 업되어 재미나게 읽었다. 딸기 씨앗만큼이나 상큼한 행복 에너지가 톡 톡 톡... 설레임을 듬뿍 담아낸 앞ㆍ뒤면지에 벌써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림책의 표제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빵빵손! "룰루랄라~~ 맛있는 딸기로 무엇을 만들까?" 새빨갛게 잘 익은 딸기 한 알이 빵빵손에게 선택되는 순간이다. 딸기 마을 전설에 따르자면, 빵빵손을 만난 딸기는 멋진 과자와 주스가 되거나 그냥 버려져 달팽이 먹이가 된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딸기들의 숙명은 빵빵손을 만나야만 하는 것이다. 딸기의 계절이 돌아오면 딸기들도 저마다 멋진 딸기가 되는 꿈을 꾼다. "멋진 딸기가 되려면 공부해야지." "아니야! 멋진 딸기가 되려면 운동을 해." "내가 더 멋져." "내가 더 더 멋진 딸기야." 그때 구석에 있던 외톨이 작은 딸기가 용기를 내어 다가왔다. 부끄러운 자기 몸을 잎으로 가린 채 수줍게 나타난 작은 딸기! "저...안녕? 같이 놀자." 그런데 짓궂은 튼튼 딸기가 잎을 강제로 빼앗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떼를 지어 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얀 딸기가 여긴 어떻게 온 거지?" "빵빵손은 너를 데려가지 않을 거야." "세상 말세야. 흰 딸기가 여기 오다니..." "당장 나가! 넌 우리랑 달라!" "네 집으로 돌아가~" "너 조그마한 게 배짱도 좋다." "어머 어머~정말 하얀 딸기야!" 절대 다수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작은 딸기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아닌가! 피부 색깔이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따돌리고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나는 독자들이 이 장면에서 오래 멈추어 있기를 바란다. 그림책 속으로 성큼 들어가 하얀 딸기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면 좋겠다. 진짜 사건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작은 딸기의 잎을 빼앗아 달아나던 튼튼 딸기가 꽈당 넘어졌는데... 아뿔싸! 반쪽이가 되어 버렸다. 친구들은 무섭다며 모두 도망가 버리고 작은 딸기만 남았다. 얼굴이 없어졌다며 울고 있는 반쪽이에게 작은 딸기는 그의 소중한 잎을 건네준다. 이거야말로 완벽한 반전이 아닌가! 짓궂은 딸기들이 이번에는 반쪽이를 놀려대었다. 반면에 작은 딸기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멋쟁이 딸기가 된 작은 딸기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보내주고 싶다. "앗! 반쪽이를 버릴 건가 봐!" 튼튼 딸기가 반쪽이가 된 사연, 그리고 빵빵손에게 잡혀간 반쪽이를 구하기 위해 결성된 딸기 특공대 이야기는 무엇보다 유쾌하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만들어낸 딸기 특공대의 활약은 뜻밖에도 유머러스 하다. 반쪽이를 구해내고 딸기 케이크를 비롯한 딸기 디저트로 거듭나는 딸기들의 주체적 성장 기록! 딸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책을 읽은 뒤에는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키트로 딸기 케이크도 만들어 보았다.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 아닌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