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정말로 책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야기를 안타까이 꺼내놓은 작가의 시선과 목소리에 주목해 보자.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진짜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루종일이라도 책만 있으면 혼자 놀 수 있었다. 친척 집이나 친구 집에 가면 책꽂이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끌리는 책이 있으면 그 앞에 주저앉은 채 책장을 뒤적거렸다. 이 책의 주인공 빅스처럼... 빅스가 사는 세상은 눈들이 일대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디스토피아!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눈들이 양치질까지 도와준다. 학교에서는 각자 화면을 보면서 읽기 공부를 하는데 이 모든 것들 또한 눈들이 정해준다고 한다. 일방적 주입식 교육으로 통제를 강요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하다. 빅스만 빼고... 매번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면지부터 꼼꼼하게 살피는 편이다. 화면을 꽉 채운 수많은 사람들이 눈 하나씩을 각자의 손에 들고 있는 앞면지의 모습은 매우 기이한 풍경인데도 왠지 낯익다. 요즘 우리가 스마트폰 하나씩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그렇다면 뒤면지는 어떨까? 당연히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아서 쾌재를 불렀다. 이 책의 더스트 자켓을 벗기면 심플하고 황량한 느낌의 겉표지를 만난다.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책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꽃과 나무, 곤충, 그리고 눈 맑은 동물들조차 없다. "나 좀 내버려 둬!" 어느 날 빅스는 눈들을 피해 몸을 숨겼다가 처음 보는 작고 귀여운 녀석을 만난다. 그 녀석은 빅스를 아주 재미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짜잔! 그림책은 지하 도시를 표현하기 위하여 페이지를 최대한 확장시켰다. 화염에 싸인 듯한 색감 연출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4쪽짜리 거대한 지하 도시에는 사람들의 흔적만 남았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영리한 쥐와 함께 지하 도시를 탐험하는 빅스의 모험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요즘 대세는 단연코 챗GPT가 아닐까 싶다. 정보를 찾기 위해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두꺼운 책과 씨름하지 않아도 내 손 안에 든 스마트폰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폐해도 엄청나다.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은 물론, 정보의 홍수 속에 떠다니는 가짜들의 선동과 유혹으로 마냥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대체 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림책 속 지하 도시의 사람들이 사라진 현실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까닭인 것이다. 그림책 또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눈들이 항상 있었던 건 아니었네?" 마지막으로 이 아름다운 문장을 널리 공유하고 싶다. -빅스의 가족은 다시 함께 모였어요. 처음으로 정말 함께 모였어요.-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을 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