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면 어쩌지? 나무가 사라진 세상이라니! 주인공 소녀가 박물관에서 '마지막 나무'를 만난다는 설정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마치 내 탓이기라도 한 것처럼... 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의 한가운데서 아이러니하게도 루크 아담 호커 작가의 《마지막 나무》를 만났다. 절묘한 느낌의 세밀화로 그려진 펜 드로잉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감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주인공 소녀 올리브가 사는 세상에는 나무가 없다. 나무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나무 박물관만 있다. -이 곳은 나무 박물관입니다. 나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곳이죠. 나무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수년 전에 만들었어요.- 나무 박물관으로 체험 학습을 나온 아이들이 액자 속 나무 그림을 보면서 지나간다. 올리브의 시선이 한 그림 앞에서 머물렀다. 올리브는 작품명을 속삭이듯 불러봤다. '마지막 나무' 그랬더니 세상에! 나무가 대답을 하는 것이다. 다음 순간 올리브는 나무와 마주보고 서 있게 된다. -올리브는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둘은 침묵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고요함 속에 서로의 언어가 일렁이듯 섞이고 있었습니다.- 보라! 시종일관 글과 그림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며 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벅찬 페이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 두 장면이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혼자가 아닌 함께 맞이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올리브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나무를 보고 싶어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던 날, 올리브는 시대를 향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을 전해준다. 어린 올리브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문득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산불, 무차별 벌목, 기후 위기로 인한 재앙 등으로 인하여 산림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아프게 바라 보기만 할 뿐... 이러다가 진짜로 나무들이 모두 우리 곁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운데 나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올리브처럼 나도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무처럼 유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 책은 이런 나를 다시금 깨어나게 한다. 🌳나무와 마주보며 교감하기 🌳용기내어 나무 위로 올라가서 더 넓은 세상 조망하기 🌳사계가 흐르는 숲의 시간 이해하기 🌳숲에 사는 눈 맑은 동물들과의 조우 🌳숲에서 지내는 밤, 그리고 찬란한 별빛 샤워 🌳동굴 속에서의 야생 체험 내가 어렸을 때 나의 아버지는 한 그루의 든든한 거목 같았다. 천둥 번개가 치는 밤에도 집에 아버지만 계시면 무섭지 않았다. 어릴 때의 나는 지나치게 겁이 많아서 해가 지면 시키지도 않은 문단속을 스스로 했다. 저녁마다 대문이 잠겼나 확인하러 나갔던 것이다. 가끔 그 시절의 나를 바라볼 때가 있는데 기특하다고, 잘 했다고 인사를 건네곤 한다. 그림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아빠와 딸의 흐뭇한 모습, 올리브의 행복감이 내게로 밀려드는 듯 하였다. 올리브의 아빠 또한 둘도 없이 다정한 나무처럼 보였다. 작가의 전작인 《함께》를 통해 암울한 절망 속에서 건져 올린 휴머니즘을 읽었다면, 이 그림책에서는 세상의 끝에서 한 소녀가 전해주는 희망찬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그림책의 헌사를 떠올려 본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다가왔다.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