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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슨 색일까요? - 2024 행복한 아침독서 선정 ㅣ 그림책 숲 31
밥 길 지음, 민구홍 옮김 / 브와포레 / 2023년 4월
평점 :
나는 이 그림책을 통해서 작가 밥 길이 다양한 매력을 지닌 미국의 아티스트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그림책이 1962년에 영국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그동안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2023년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브와포레에서 야심차게 출판되었다는 사실이다.
무려 61년간의 대장정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역사를 다시 새롭게 이어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여러분의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
책이 건네는 질문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하루 중 파란 시간을 참 좋아한다.
낮에서 밤이 되는 시간...
깜깜한 밤이 아침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
그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다.
그래서 나의 세상은 파란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파란 세상을 그려 보았을 것 같다.
밥 길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예술가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내 세상에서는 말이죠...
왕은 초록색이 될 수 있어요.
조개들은 보라색,
벽돌은 회색과 검은 색이 될 수 있고요.
그리고 내 마음에 들기만 하면...
하늘은 노란색,
바다는 주황색으로 만들 수 있죠.-
앞표지의 예술가와 뒤표지의 밥 길은 같은 인물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책 뒤쪽에 실린 옮긴이의 글을 찬찬히 읽고 있노라니 밥 길 작가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듯 하였다.
-디자이너와 교육자로서 생각과 태도를 향한 그의 믿음은 이 책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그의 다른 작품처럼 일러스트레이션과 타이포그래피가 산뜻하게 어우러지는 건 물론이고요. 책은 정원사에서 바닷가를 서성이는 사람, 군인, 벽돜공, 우유 배달원, 왕, 잠수부, 천문학자, 그리고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따라가며 질문을 건넵니다.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 저마다 답을 쉽게 내놓는 다른 사람과 달리 예술가는 선뜻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예술가에게 색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62년은 밥 길이 친구인 앨런 플레처, 콜린 포브스과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를 막 시작한 시기라고 한다.
그림책의 헌사에 등장하는 바로 그 이름들이다.
-내 친구 앨런과 콜린에게-
작가는 절친들의 응원과 함께 새로 시작한 사업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그림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내가 그림책의 헌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작가의 소망을 읽어내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더우기 그들의 스튜디오가 오늘날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로 손꼽히는 '펜타그램'으로 거듭났다고 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새 나의 그림책 사랑이 깊어졌나 보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보통의 그림책과는 달리 이 책은 앞ㆍ뒤면지가 따로 없다.
대신에 그 공간을 활용하여 출판사 서평과 함께 옮긴이의 글을 실었다.
겉표지에 사용한 인상적인 빨강이 계속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어 강렬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는 여러분 같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엄마와 아빠에게 색에 관해 생각하는 방법, 나아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일깨워줍니다.-<출판사 서평>
표제지를 비롯한 본문의 컬러풀한 색감들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굵고 힘찬 서체도 매우 감각적이다.
근시안적인 시선과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만날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세상 이치라는 것이 반드시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라도 시야를 확장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믿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만큼 울림이 큰 작품이다.
전 연령층을 통틀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