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의 톱 너랑 나랑 1
동백 지음, 코끼리씨 그림 / 프롬아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책인데도 양장본이다. 내지도 두껍다.
출판사에서 정성을 많이 쏟은 만큼 책의 퀄리티가 높아서 기분이 좋았다.

손에서 자라는 톱이 손톱이라니... 과연 그럴만하다.
책에 동봉된 톱 스티커를 손톱에 붙여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신체와 관련된 유쾌한 상상은 자못 언어적 유희에 빠져들게 한다.

-어깨에선 깨가 떨어지고,
  무릎에선 무가 자라고,
  배꼽에선 배가 열리고,
 복숭아뼈에선 복숭아가 열리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고?-

작가는 어쩌면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차례만 읽어도 눈치챌 수 있다.
'어른들은 너무 바빠'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엄마 아빠가 바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노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 항상 피곤하다는 아빠. 어쩜 그렇게 매일같이 바쁘고 힘들 수가 있지? 서진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서진이는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자기도 어른이 되면 바쁘게 일만 해야 하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대답이 궁색해진 아빠는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엄마는 옛날 이야기책 하나를 꺼내 왔다.
"엄마도 어릴 때 그게 참 궁금했어. 이건 엄마가 어릴 때 읽던 책인데 한 번 볼래?"

이야기 속의 주인공 이름은 '우리'이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손끝에서 자라는 손톱을 없앨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마을 대표로 뽑혀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마을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가장 목소리가 크고, 물속에서 가장 숨을 오래 참고, 가장 지혜롭고 똑똑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신체에서 먹거리가 자라고 손끝에서 톱이 자란다는 상상은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독특한 판타지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너무나도 즐거웠다. 어른인 나조차도 이야기 속으로 쑤욱 빠져드는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진짜 재미나게 읽었다.
그것도 단숨에...

배꼽을 보면 달고 시원한 배가 생각나고,
쇄골을 만지면서 이크! 노란 토끼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의 무릎에서 자라던 무는 검은 멧돼지가 좋아한 음식이고, 복숭아뼈는 하얀 거북이가 과육만 먹고 남긴 자국이었다니...
페이지를 넘겨 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하였다.
'우리'가 모험을 하는 동안 만나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몸에서 자라는 먹거리들을 탐내었다.
먹을 것이 다 없어지면 자신도 굶을 수밖에 없는데 오로지 초심만을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감내하는 '우리'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다.
결국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책 뒤쪽 부록 페이지에는 이 책을 먼저 읽은 전국 초등학교 어린이 100인의 명단과 함께 몇몇 어린이 평가단의 솔직 리뷰가 실려 있다.
어린이들이지만 생각의 깊이와 그 수준이 상당하다.

'우리'는 막막하고 힘든 여정 속에서도 주변을 돌아보며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돌보아주는데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내 코가 석 자'임에도 불구하고 슬픈 타인을 외면하지  않은 마음, 그리고 입은 은혜에 보답하려는 기꺼운 마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면서 '우리' 또한 그들로부터 직ㆍ간접적인 도움을 받으며 이야기가 풀려 나간다.

이 장면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작은 오리를 위해서 꼬마 오리와 경주를 하는 모습이다.
사람이 어찌 헤엄으로 오리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우리'의 지혜와 용기가 반짝거렸다.

다시 차례로 돌아가서 살펴보자.
'꿈을 찾아서'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다.
지금부터는 서진이의 여행이 시작되려나 보다.
서진이의 꿈을 응원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죽을 때까지 꿈꾸는 삶을 멈추지 않기를 소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