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가 무척 매력적이다. 단순하지만 멋스럽다. 판화와 종이 오리기의 이중 기법으로 작업하였다고 하는데, 작가의 종이 다루는 솜씨에 탄복하면서 읽었다. 바탕색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디테일과 세련된 감각의 일러스트가 글의 분위기를 한껏 잘 살려내고 있다. 한편 반복적 패턴의 서사구조는 주제 몰입도를 높인다. 인권을 쉬운 언어로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강연 활동도 하게 되었다는 글 작가의 바램처럼 매우 유효 적절하다. "모든 국민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그림책은 권력자에 의하여 사회의 소수자들이 어떻게 차별 받는지를 즉각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날 왕은 명령했어요." 절대 권력은 잔인한 짓을 일삼았다. 하지만 누구도 저항하지 않았다. 침묵은 '암묵적인 동의' 를 뜻한다고 한다. 왕으로서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자신의 행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왕은 전쟁을 피해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 나라 사람들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왕은 발이 큰 사람들은 게으르다며 강제로 일을 시켰다. 왕은 개 때문에 시끄럽다며 개 키우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었다. 왕은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없다며 성 밖으로 쫓아내었다. 왕은 노인들도 쓸모 없다며 모조리 쫓아내었다. 독자들은 매 장면마다 몸을 숨긴 채 등장하는 주인공 '나'를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은 이러한 왕의 행동을 보면서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나'는 잠자코 있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물론 나 혼자만의 작은 목소리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모두가 함께 내는 목소리는 분명 커다란 힘이 될 터이다. 이제부터라도 주변에서 잘못된 상황을 목격했다면 절대로 침묵하지 않겠다. 침해 당하고 있는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맨 처음 표지 그림만 보았을 때는 미처 몰랐다. 이 장면 속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용기와 가치를... 난민, 신체적 약자, 동물 애호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인공 '나'를 보호하며 이구동성으로 '안돼'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급기야 눈물이 났다. '만약에 내가...' 이 장면은 실제 상황은 아니다. 왕의 부당한 명령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장면이다. -내가 억울하게 붙잡혔을 때 병사들에 맞서 줄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을까? 불의에 항거하다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았다. 그런가 하면 한 사람의 의로운 행동이 사회 질서를 바로 잡는 초석이 되는 경우도 보았다. 남녀노소, 장애 유무를 떠나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에서 다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의미있는 나눔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책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