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색이라서 좋아 - 갈색이가 친구를 잘 사귀는 방법
줄리아 쿡.킴벌리 스미스 지음, 브리짓 반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찰리북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갈색이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서평단 신청을 하였다.
나 또한 무리 속에서 언제나 갈색이 같은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반짝거리지도 않고, 활발한 에너지를 뿜어내지도 못하니 주목받지도 선택 받지도 못하는 갈색이의 의기소침함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은 필통 속 색연필, 갈색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갈색이가 친구를 잘 사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갈색이는 필통 속 친구들 중에서 키가 가장 크고 뾰족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우월함이 장점이 아니라 핸디캡이다.
반면에 그림 그릴 때 가장 많이 쓰여서 가장 키가 작아진 빨강이는 갈색이의 큰 키가 부럽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 설정만으로도 독자들은 서로가 충분히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갈색이는 고민이 많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좋은 점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처럼 갈색이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는 가슴이 정말 따뜻해졌다. 갈색 손이 그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백 마디 말보다 그림 한 장이 품고 있는 호소력이 더욱 강렬할 때가 있다. 

앞면지 속 갈색이의 모습이 짠하다.
하늘은 맑고, 대지는 푸른데 갈색이의 표정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손가락에 걸려있는 요요 장난감이 마치 커다란 눈물방울 같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물론 그렇게까지 비약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친구를 사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친구를 한 명만 사귈 수 있어도 아이들의 생활은 달라집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친구의 숫자가 아니라 진정한 친구 한두 명과 나누는 깊은 우정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그림책 속 갈색이는 아무런 편견 없이 타인의 좋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아이다. 먼저 다가가서 질문하며 겸허하게 수용하는 태도 또한 훌륭하다.
"나한테는 좋은 점이 없는 것 같아.
 이런 나도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친구들은 한결같이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한다.
"넌 그냥 갈색이면 돼."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친구를 사귀는 건 스케치북에 멋진 그림을 그리는 거랑 같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갈색이처럼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림책 뒤, 부록 페이지를 읽고 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참을성을 가지세요. '친구 사귀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아이들은 저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릅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배운 것을 연습할 기회를 주세요. 친구 사귀는 일도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아요. 직접 연필을 들고 무수히 많은 종이를 망쳐 가면서 연습, 또 연습해야만 합니다.-

줄리아에게...
킴벌리에게...
표제지에 실려있는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글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그림책의 글 작가가 두 사람이 된 아름다운 사연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이 책의 구판인 <나는 갈색이야>도 궁금해졌다.

나는 평소에는 파랑색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은 내 영혼이 갈색을 추구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인데, 에너지가 고갈되어 쉼이 필요할 때 문득 갈색이 좋아진다고 했다. 갈색은 부대끼는 마음에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색깔이 맞다.
한 가지 더, 그림책을 통하여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모든 기본색을 혼합하면 갈색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갈색 안에는 모든 색깔이 다 들어있다는 말이다.
이 그림책의 빛나는 통찰을 마주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갈색이 넌 필통에서 가장 운이 좋아. 그대로 있기만 하면 돼.
 우리가 모두 섞이면 갈색이 되잖아. 모르겠어?
 모든 색깔을 합친 게 너야.
 우리 각자의 좋은 점이 네 안에 다 있어."-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갈색이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반전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게다가 친구를 잘 사귈 수 있는 쪽집게 과외도 받을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미국 부모들이 뽑은 '맘스 초이스 어워드 수상작'이라는 명성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든 갈색이와 함께 하고 싶은 멋진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