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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모자를 찾아서 ㅣ 신나는 새싹 192
김종혁 지음, 최소린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2월
평점 :
받아쓰기 꼴등을 해서 속상한 아이의 내면을 다 품어주는 그림책이다.
땅 요정이라는 캐릭터도 흥미롭고, 모자에 관심이 많은 취향 덕분에 더욱 관심이 갔다.
머리에 쓸만한 것들을 주변에서 찾아본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고무장갑, 비닐, 종이컵, 약통... 아이의 받아쓰기 시험지로 만든 종이배까지...
무심코 버려진 것들이 누군가의 소중한 모자로 쓰인다는 이야기는 괜시리 뜨끔하였다.
"오늘은 놀아도 돼!"
주문처럼 중얼거리기만 해도 기분이 괜찮아지는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라니 솔깃해졌다.
손톱처럼 생긴 달이 뜰 때마다 벌어지는 땅 요정들의 파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등장인물은 꼬마와 땅 요정 그리고 다른 땅 요정들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잘 안 보였던 그림들은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게다가 매우 예술적이다.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잠시 번뇌를 내려놓고 그림책과 함께 춤이라도 추고 싶었나보다.
꼬마는 오늘 반에서 받아쓰기 꼴등을 하였다.
혹시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길가에 보이는 집들조차 모두 검은 색이다.
꼬마의 기분이 무지개 빛깔로 전환되는 이 장면도 좋았다.
엉망진창이었던 기분을 단숨에 바꾸어준 것은 땅 요정과의 만남이었다.
이 땅 요정은 꼬마네 부엌에 있던 땅 요정 인형이었는데, 받아쓰기 시험지로 만든 멋진 모자를 선물 받고 매우 기뻐하였다.
"-난 빨간 선들이 창피했는데 그게 멋지다니,
땅 요정들 세상은 뭔가 다르구나!"-
게다가 뜻밖에도 땅 요정들의 파티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정말? 내가 가도 괜찮을까?"-
파티에 가려면 주문이 필요하다.
꼬마가 가장 좋아하는 말로 주문을 외우면 된다.
-"우와! 내가 땅 요정만큼 작아졌어!"-
신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무엇일까?
실제로 좋아하는 말을 떠올린 뒤 입 밖으로 가만히 내뱉기만 해도 기분이 전환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외롭다고 느껴질 때마다 불러보는 그리운 이름들이 그렇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존재들 또한 그러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마법의 순간들을 놓치지 말기를...
그림책에서 이야기하는 중요한 이슈가 또 하나 더 있다.
윙크하는 꼬마의 모습이 정말 귀엽지 않은가!
-땅 요정은 꼬마가 윙크를 하자 의아했어요.
"왜 한쪽 눈을 깜박여?"
"이건 윙크라는 거야.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라는 뜻이지."-
이 말을 들은 땅 요정은 신기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기들에게는 엉덩이를 양쪽으로 한 번씩 흔드는 인사법이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건 무슨 뜻이야?"
"이건 무슨 말이냐면, '나는 당신이 좋아요'라는 뜻이야. 그렇지만 엉덩이를 흔들다가 방귀가 나오지 않게 조심해야 해. 그건 '당신이 너무 싫어서 방귀가 나왔어요."라는 뜻이거든."-
이런 문화의 차이때문에 서로를 오해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꼬마의 재치로 무사히 넘어가게 된다.
꼬마는 모든 땅 요정들의 기분을 좋게 해 주고 싶어서 한 번 더 꾀를 내기로 했다.
-"좋아, 아까 일등을 정해 달라고 했지?
각자 멋있는 점이 다 있고, 또 다 달라
난 그래서 너희 모두 일등이라고 생각해."-
이 말은 꼬마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비록 받아쓰기는 잘 못하지만 종이접기나 공 차기는 꼬마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땅 요정들 앞에서 의기양양한 꼬마의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져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은 또 어떤가?
서로 자기가 일등이라며 가마로 우르르 몰려드는 땅 요정들.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 구도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들의 가난한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있는 나눔이 필요할 듯 하다.
다문화 이해라든지 학업 스트레스, 그리고 쓰레기 문제까지도...
하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도 두근두근 불안했던 꼬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땅 요정의 윙크가 참 좋았다.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이 따뜻한 강물처럼 마음을 적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