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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앉아도 될까? ㅣ 미운오리 그림동화 6
수잔네 슈트라서 지음, 김여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2월
평점 :
그림책을 읽었는데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보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면지부터 살펴보자.
무대 한가운데에 3인용 소파 하나가 놓여 있다.
푸른색 소파에는 두 개의 살구색 쿠션과
비슷한 톤의 머플러 한 장이 걸쳐져 있다.
소파 밑으로는 빨강 털실 한 뭉치와 슬리퍼, 그리고 손전등 한 개가 보인다.
무대 오른쪽으로 흰색 출입문이 있고, 소파의 왼쪽에는 스탠드 조명이 서 있는데 편안한 파스텔톤 색감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얘들아, 모여 봐! 우리 같이 책 읽자!"-
해맑은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객석을 향해 울려 퍼졌다.
곧 이어 조명이 들어오고, 책을 펴든 채 소파의 가운데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다.
그림책의 첫 페이지다.
-"좋아!"
햄스터가 기뻐서 소리쳤어요.
"다른 친구들도 데려올게."
어떤 친구들일까?
표지에서 미리 만나보았던 얼룩말과 고양이와 아이와 햄스터 그리고 사자가 막 책을 읽으려는데...
-"잠깐, 기다려!
얼룩말이 히잉히잉.
"황새가 안 왔어!"
흰색 문틈으로 황새의 빨간 색깔 부리와 한 쪽 발이 보인다.
이런 저런 디테일을 살린 색감 연출은 꽤 성공적이다.
선명하고 조화로운 일러스트 또한 독자들의 마음에 편안하게 다가간다.
반복적인 텍스트와 서사 구조가 재미를 더하면서 특유의 매력적인 요소가 되었다.
책을 읽을 준비가 안 된 동물친구들이 저마다 '잠깐만'을 외치는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
동물 이름이 반복적으로 읽히는 것 또한 리듬감을 즐기게 할 뿐만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유발한다.
유아 그림책으로 딱 맞춤이다.
아이와 함께 소리내어 읽을 수 있는 유쾌하고 떠들썩한 이야기라는 출판사 서평 그대로 즐겁게 읽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환호할 것이다.
잠깐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출연진이 더 있기 때문이다.
정보에 의하면 금붕어와 코뿔소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허걱! 소파는 이미 꽉 차버린 건 같은데 모두가 다 앉기에는 너무 비좁지 않을까?
어항에 담긴 채 출연하는 금붕어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땅과 물과 하늘 동물들이 싹 다 모인 셈이다.
작가의 남다른 안목에 주목하게 되는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 금붕어, 늦게 왔으면서도 제일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한다.
-"가운데 앉아도 될까?"-
이때, 다른 동물 친구들 누구하나 반대하지 않는다.
모두가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양보하고 배려하는 듯 하였다.
코뿔소만 빼고...
슬리퍼를 찾으러 왔다며 불쑥 들어와서는 소파를 후다닥 밀쳐버리는 통에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다.
소파가 뒤집히고, 털실뭉치가 풀려서 고양이의 몸을 친친 감아버렸다. 얼룩말은 뒤로 벌러덩, 황새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책 밑에 얼굴이 깔렸고, 사자도 깜짝 놀라서 두 눈이 동그래졌다. 햄스터는 머플러를 뒤집어 썼으며 스탠드도 꽈당, 그 와중에 그래도 아이만큼은 순발력을 발휘하여 어항을 지켜내었으니 덕분에 금붕어는 무사하였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코뿔소도 미안했던지 볼이 빨개졌다.
휴!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와 동물 친구들은 무사히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 보시라!
객석이 들썩거릴만큼 신바람 나는 무대였다.
연극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관객이 많을 듯 하다.
단순한 서사이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정겨운 동물 캐릭터들과 리듬감을 극대화시킨 운율, 그리고 생동감 있는 의성어와 유머 코드 설정 등의 재미 요소를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내가 할 거야!'가 아니라 '내가 해도 될까?'로 표현하는 말본새도 배울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