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메시지가 매우 강렬하다. 고래 사냥꾼 에이해브는 다리 하나를 잃은 뒤 숙명적으로 커다란 흰 고래를 찾아다닌다. 그는 낸티컷 근처에 흰 고래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장 바다로 향하였다. -언제나 똑같은 질문을 했어. 언제나 궁금했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그는 어디에서도 흰 고래를 찾지 못한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서일까? 고래의 몸을 직접 만져보는 그 순간조차도, 심지어는 고래 몸 속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음에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독자들은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흰 고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고래는 다양한 크기와 모습으로 모든 장면을 통하여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다름아닌 작가의 메시지 전달을 위한 의도적인 장치이며 그림책 읽기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책장을 넘겨가며 숨은 그림 찾듯이 흰머리 향유고래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이해브와 흰 고래가 멀리 있을 때는 조그맣게,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화면까지 이탈하는 거대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파도에 흔들리는 산처럼... 뜨거운 얼음 벽처럼...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섬처럼... 바다에 떠 있는 하얀 배처럼... "여기, 여기, 바로 여기에 흰 고래가 있잖아!" 답답해서 소리쳐 보지만 정작 에이해브는 알아채지도 눈치채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소설 《모비 딕》(1851)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한다. '모비 딕'은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로 미국 상징주의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아직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아마도 읽고 왔다면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을 거듭하여 읽으면서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우선 커다란 판형이 압도적 감동을 준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단서들을 보여주고 있는 첫 페이지와 당시 신문을 재현한 '낸터컷 탐사' 보도 자료, 그리고 앞 뒤면지의 빈티지 지도 또한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장면마다 창조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일러스트는 경이롭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헌사도 있다. -어린 시절 나와 함께 물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렸던 여동생 마리파스에게 바다만큼 예쁜 꼬마 카르멘에게- 고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이 그림책을 꼭 만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인간은 평생 살아가는 동안 매일같이 음악을 듣고, 좋은 시를 읽고 좋은 그림도 감상해야 하나님이 인간 영혼에 심어둔 탐미 감각이 세상 걱정으로 인해 소멸되지 않는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여기에 나는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그림책 읽기'다. 더군다나 영혼을 반짝거리게 하는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에이해브와 흰 고래 이야기를 통하여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고귀한 신념과 가치에 주목하라. '소중한 것은 늘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여 많은 것을 선물했지만, 어리석음만큼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아닐까? 작가는 특유의 재치와 간절함을 예술성 높은 그림으로 풀어가면서 독자들을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나 또한 그러하였다. 과도한 집착으로 인하여 판단력을 잃고 방황하는 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목도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