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추는 거야? - 2025년 북스타트 보물상자 선정도서 페이퍼독 우리 그림책
기묘은 지음 / 페이퍼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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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도마뱀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발밑의 작은 존재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자라나서 춤을 잘 추게 된다는 설정이 맘에 쏙 들어왔다.
제목을 그림문자로 디자인한 것도 특별하다.
흡사 도마뱀의 춤사위를 표현한 듯 흥겹다.
발끝을 꼿꼿이 세운 채 두 팔을 양 옆으로 뻗는 것 같은 느낌은 발레 동작을 상상하게 한다.
표지만 언뜻 보면 질문하게 된다.
놀란 두 눈과 흘러내리는 땀방울, 솟구친 꼬리, 그리고 반쯤 벌어진 입모양이 수상하기 때문이다.
"도마뱀이 왜 그래?"
그림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도마뱀의 발밑에서 달팽이 여섯 마리와 꽃 한 송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달팽이들을 찾지 못하였는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도록 의도적인 장치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디테일, 매력있다.

어느날 도마뱀은 아무도 없는 들판을 걷다가 무심코 꽃을 밟아버렸다. 깜짝 놀라 발을 들었는데 가만 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 공포에 질린 채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천만다행이야...-

포오!~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도마뱀. 뒷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런 발길을 내딛는 그 모습이 내 가슴에 와 그대로 꽂혔다.
누구라도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내 발밑의 작은 생명을 미처 못 보고 자칫 밟을 뻔 했던 일이 떠올랐다.
비 온 뒤 숲길을 걷다보면 달팽이들을 만나게 된다. 길 한가운데서 나름 열심히 기어다니는 달팽이들이 아찔하기만 하다. 혹여 무심한 발길에 치일라 걱정되어서 수풀속으로 이동시켜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이게 맞나 싶기는 했다.

보면 볼수록 도마뱀 캐릭터가 정겹다.
그런데 이렇게 큰 도마뱀도 있나보다.
검색 결과 코모도왕도마뱀이 아닐까 추정한다. 생김새가 가장 흡사하다.
무시무시한 포식자 도마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전하려는 작가의 편견없는 시선에 다시금 놀라게 되었다.

도마뱀이 춤을 추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꽃밭에 있는 달팽이를 밟지 않으려고 피해다니다 보니 저절로 춤이 되더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요리조리 피하다보니,
 왠지 오늘 장기 자랑이 걱정 없겠는 걸?
 이렇게 쭈욱,
 요렇게 쫘악,
 허리도 쭉쭉 젖혔더니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아!-

내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마치 수준 높은 무대 공연 예술의 한 순간을 보고 있는 듯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타인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나 더, 이번에는 가장 인상깊었던 페이지다.
곤혹스럽기만 하던 발걸음이 생각의 전환으로 인하여  즐겁고 유쾌하게 바뀌는 것을 유의미하게 포착하였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꽃밭이야.
 어쩌면 좋지?
 잠깐, 내가 잘 보고 피해 다니면,
 밟지 않을 거야!-

도마뱀의 멋진 춤사위를 본 친구들이 말했다.

 -어떻게 추는 거야?-

우리도 함께 배워보자.

하나, 제일 먼저 발밑을 확인하고

둘, 확인했으면 한쪽 발을 들어 올리고,

셋, 다른 발을 옮길 때도 발밑부터 꼭 확인하고,

넷, 작은 친구들이 밟히지 않게 발을 살짝 내리면 되는데, 팔은 쭉 뻗고 발끝을 조심할수록 더 멋진 춤을 추게 된다.

훈훈한 엔딩에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그림책 세상에서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배운 아이들은 주변의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분명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것 만큼 행동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도마뱀의 사랑스런 마음을 이렇게 공유할 수 있다니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림책 만세!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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