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신
오승민 지음 / 만만한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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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신' 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하게 된 소중한 기회이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실험실에서 죽어나간 동물들에게 생명을 돌려주는 존재가 진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는 어쩌면 이런 생각을 다했을까?
가슴이 뭉클해진다.
얼마 전에 실험견 비글의 삶을 다룬 그림책을 운명적으로 만났었다. 
사실은 그때 처음으로 실험동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게 되었고, 인간적으로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일 것이다. 
이 책을 쉽게 열어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만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동물 실험을 적극 반대한다.

표지 그림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놀라웠다.
볼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는 듯 올라온다.
작가 소개글 또한 심연을 살짝 건드린다.
-나는 세 살 때부터 화가였습니다. 마흔아홉, 지금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그림책에 녹여낸 작가의 신념과 응축된 에너지가 그만큼 절절하게 다가왔다. 
72쪽 방대한 분량의 그림책 한 권이 주는 무게감이 실로 만만치 않다.
온전한 생명으로 살아가지 못한 수많은 생명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는 출판사 서평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이야기는 노랫말로 시작된다.
동물실험실에서 살아나온 눈먼 할아비 쥐가 부르는 슬픔 가득한 희망의 노래다.

-무지개 끝에 하얀 배가 있다네.
 병들고 아픈 동물을 기다리네.
 거기에 생명을 살리는 신이 있다네.
 죽음에서 삶으로 돌려보내 주는
 붉은신이 있다네.-

주요 등장인물은 셋이다.
눈이 먼 채로 붉은신의 노래를 부르는 할아비 쥐와 노랫말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꼬리끝, 그리고 실험실에서 오늘부로 폐기처리된 오랑우탄이 그들이다.
오랑우탄 역시 죽음 앞에 내몰리는 순간 운명적으로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나 붉은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태였다.
꼬리끝은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약하고 아팠다. 할아비 쥐가 말한 붉은신을 만나야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하얀 배를 찾아내었지만 그곳은 무시무시한 동물실험실이었다.

-개구리는 변했고
 토끼는 검은 눈물을 흘렸다.
 개는 일어서지 못했고
 아파도 소리 내지 못하는 동물들이
 방마다 가득 차 있었다.-

지쳐 쓰러진 꼬리끝은 꿈속에서 할아비 쥐를 만난 뒤 드디어 붉은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과연 붉은신은 무엇이었을까?
그림책에서 꼭 확인하기 바란다.

꼬리끝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이미 정신마저도 피폐해진 실험실 동물들은 오히려 비웃기만 할 뿐이다.
인간들에게 잡히면 끝장이다.
그림책에서는 인간들을 '두 발'이라고 명명하였다.
'두 발'은 꼬리끝에게도 수리나 뱀보다도 무서운 짐승이었다.
옅은 한숨이 새어 나오는 문장이었다.
두 발에게 쫓기던 꼬리끝은 떨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다행히 그곳에 있던 오랑우탄이 꼬리끝을 구해 주었고 둘은 비상구를 발견한다.

오랑우탄 599가 다시 한 번 더 그 노래를 불렀다.
할아비 쥐가 부르던 희망가를...
599는 풀밭에 이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엄마가 지어준 자신의 진짜 이름인 '긴팔이'를 기억해 내었다.

책장을 덮었지만 긴팔이의 마지막 외침은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 잊을 수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꼬리끝의 용기있는 선택과 돌파하는 힘에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외부의 적들에게 둘러싸여 갈팡질팡하는 요즘의 내 모습을 들킨 듯 뜨끔하였다.
지레 겁 먹고 아예 시도조차 미루는 나약함을 반성하고 있는 중이다.

《붉은신》/ 만만한책방 (2022),
 누구라도 한 번쯤은 꼭 만나보아야 할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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