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만나보고 싶었다. 주디스 휴먼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는데 그림책을 통하여 장애 인권 운동가의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No!로 인하여 좌절했을까! 주디스 휴먼은 18개월 때 소아마비를 앓고난 뒤, 걸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팔과 양손의 사용도 어려워졌다. 학교에 가고 싶었으나 입학 허가가 나지 않았다. 차별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라도 경험했을 것 같다. 부당한 처사에 직면하여 당황하고 꺾이는 순간들이 떠올랐다. 분노가 치밀고 좌절에 빠져 우울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디와 주디의 부모님은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답을 찾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아홉 살 주디는 드디어 공립 학교의 '건강 보호 21'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장애인 캠프 오크허스트와 캠프 제네드에서 느꼈던 자유와 독립심은 변화를 향한 주디의 열정을 불타오르게 했다. 학업은 계속되었으며 마침내 롱 아일랜드대학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었으나 뉴욕 교육위원회는 주디에게 교사자격증을 주지 않았다. 이 또한 차별이었다. -더 이상의 '안 돼'는 거절하겠어.- 주디는 교육위원회를 고소하였다. 이것은 연방 법원에 기록된 최초의 장애 인권 소송건이었다. 주디가 승리하였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좋아요' 라는 대답에 주디는 뛸 듯이 기뻤다. 뉴욕시는 장애인이 교사가 되는 것을 금지해선 안 된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주디와 친구들은 계속 싸워 나가기로 굳게 결심하고 '행동하는 장애인'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스물다섯 살이 된 주디는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주말과 밤에는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그때 주디는 숙명적으로 '재활법 504조'의 구절을 만나게 된다. '재활법 504조'가 법으로 통과될 수 있다면 주디는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자꾸만 법 통과를 미루고 있었다. 주디는 이제 행동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였다. 1977년 4월 5일까지 '재활법 504조'를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전국적으로 시위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하였다. 결국 시작되었다. -"보건교육복지부와 연방 정부에 가서 외칩시다. 그들에게 우리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합시다!"- 샌프란시스코 시위를 이끄는 주디의 모습은 굳건하다. 휠체어를 밀고 앞장서서 연방 정부 사무실로 향하는 순간이다. 그림책의 더스트 재킷을 벗겨내면 바로 이 장면과 처음 만나게 된다. 겉표지로 쓰일만큼 강력한 장면이다. 시위대는 '재활법 504조'가 통과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건물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각오로 농성에 돌입한다. 그리고, 1977년 4월 28일 드디어 '재활법 504조'가 통과되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애 인권 운동가로서의 주디의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 또한 매우 감동적이었다. 누구라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힘껏 싸우려는 것이었다. 주디크 휴먼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시민 평등권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표제지 헌사에서 우리는 주디스 휴먼의 자서전 64쪽에 실린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3류 시민 취급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며, 당신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겁니다. 그 다음 필요한 건 바로 함께 싸워 줄 친구들입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또한 그림책에 따뜻한 마음을 실어 주었다. 개인적으로 헌사가 있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주디스 휴먼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고맙습니다. -메리엔 코카-레플러 용기의 말이 가장 필요할 때, 언제나 곁에 있어 준 카일라에게 -비비안 밀덴버거 뒤 부록 페이지도 꼼꼼하게 읽어 보기를 권한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주디스 휴먼의 편지와 함께 실린 3쪽 분량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경이로웠다. 나라면 어땠을까? 주디스 휴먼처럼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먼 친척 동생이 있다. 몇 번의 수술 끝에 지금은 목발에 의지하여 몇 발자욱 걸을 수는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장애가 있건 없건 우리들은 세상을 바꿔 가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어떻게 바꿔 가야 할 지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제가 한 것처럼요.- 차별에 맞서서 함께 싸워 이겨내기를 당당하게 외치는 주디스 휴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