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코 별코두더지
곽미영 지음, 심가인 그림 / 오늘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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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주인공인 별코두더지가 실재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두더지의 일종으로 북미대륙 북동부에 분포하는 이 동물은 별코라는 이름처럼 11쌍의 육질돌기가 콧구멍 주변으로 빙 둘러져 있는데 사실상 '코로 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출한 감각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래서 냄새 잘 맡는 별코두더지가 친구들 냄새까지 다 가로챘다는 발상도 재미있고, 그것 때문에 코가 꽉 막혀버렸다는 서사는 엉뚱하지만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작가에게 영감이 되어 준 별난 코 별코두더지가 왠지 친근감있게 느껴졌다.
신기하고 예뻐서 따라 그려보고 싶어졌다.

욕심부리다가 '큰코다친' 별코두더지의 별난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기로 하자.

-안녕, 나는 별코두더지야.
 이름이 왜 별코냐고?
 내 코를 봐.
 반짝반짝 별처럼 생겼지?
 별난 코라서 냄새도 아주아주 잘 맡아.-

그러던 어느 날 별코두더지는 냄새를 맡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코맹맹이가 되어버렸다.
냄새 찾기 훈련을 하다가 발견한 편지글에는 냄새 찾기 여행을 떠나보라는 권유가 있었으니...
냄새를 맡지 못하는 별코두더지가 어떻게 냄새찾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우리도 별코두더지의 말도 안되는 이 여정을 따라가 보기로 하자.

-"꿀벌아, 난 코맹맹이야. 꽃 냄새는 어때?"-

꿀벌의 대답이 참으로 신박하다.
별코두더지는 냄새 노트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꽃 냄새가 엉덩이를 씰룩댈 만큼 즐거운 거라고?
 나도 오동통한 굼벵이를 찾으면 춤을 추는데.
 아, 꽃 냄새는 그런 거구나!-

여정은 계속된다.
햇볕 냄새, 오줌 냄새, 바람 냄새까지 노트에 담았다.
비가 그치자 무지개가 떠올랐다.
별코두더지는 무지개의 냄새도 궁금했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마침 여러 동물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더니 화가 난 스컹크가 냄새를 피우는 중이다.
스컹크를 놀려대던 동물들은 모두 도망을 가버렸지만 별코두더지만은 스컹크에게 아무 일없이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내 방귀 냄새가 좀 지독하지?"
 스컹크가 머리를 긁적였어.
 "아냐! 네 방귀 냄새는 정말 향기로워"-

모두가 놀려대는 스컹크와도 서슴없이 친구가 되어주는 별코두더지의 마음이 참 예뻐 보였다.

꽃, 햇볕, 동물의 오줌, 바람 등 자연의 냄새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문장들에 연신 감탄하면서 읽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도 마음에 쏙 들어왔다.
마음에 남는 문장도 챙겼다.

-냄새를 찾았으니까 여행은 여기서 끝이냐고?
 아니! 지금부터 진짜 냄새 찾기 여행은 시작인걸.-

세상 사는 이치를 깨우치게 하는 그림책의 메시지가 새벽 종소리처럼 맑고 향기롭다. 
가슴 속에 품은 말씨앗들이 지상의 종소리를 따라 흩어진다.

'욕심부리지 않고 분수껏 살아가리라.'
'가장 낮은 데가 가장 높은 곳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리라.'
'부족해도 내가 가진 것으로 널리 베풀고 살아가리라.'

몸도 마음도 날듯이 가벼워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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