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 기린과 달팽이
알렉스 쿠소 지음, 자니크 코트 그림, 윤경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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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색감과 깔끔한 그래픽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시원스럽게 커다란 판형도 맘에 쏙 들어온다.
그림책의 배경은 여름날의 해변이다.
태양의 위치가 바뀌며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고 있다
시종일관 한 장소에만 머물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캥거루 슬립의 주머니에서 끝도 없이 쏟아지는 온갖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물건들이 나올까?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흥미롭다.
사고하고 유추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만의 활기찬 열정을 불러온다.
텍스트를 따라가다보면 마치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듯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운동 효과도 있다.
유아들이라면 어휘력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슬립의 주머니에서 나왔던 모든 물건들은 뒤쪽 부록 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도록 정리정돈을 해두었다.
물건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호명하면서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한 번 더 만끽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다.
도마뱀 폴로, 에뮤 쇼세트, 슬립 주니어...
ㅋㅋ 아기 캥거루는 슬립의 주머니 속에 숨어 있다가 밖으로 나오게 된다.
주머니쥐 크라바트, 펭귄 파피용, 쿼카 팡투플, 그리즐리 곰 파자마.
한 번도 본 적 없는 해외 동물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에뮤는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큰 새이며 쿼카는 세계자연보존연맹이 취약종으로 분류한 캥거루과 소형 유대류인데 호주 서남부 로트네스트 섬에 대부분 모여 산다고 한다.
그리즐리 곰이 나오는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에 대한 정보도 입수했다.

-슬립의 주머니 속에는 별의별 게 다 있어요.
 꽃, 냄비, 빗자루, 사다리, 바나나...
 하지만 필요한 것을 찾을 때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온갖 것이 다 있는데 어떤 것도 찾기 어려워요.
 마른 풀 더미에서 바늘 찾기랍니다.-

정리정돈을 해두지 않으면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찾지 못한다.
캥거루 슬립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부끄럽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유쾌한 그림책임을 부정할 수 없어 두 눈을 반짝이며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데 슬립이 그토록 찾던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캥거루 슬립의 소원은 오로지 하나,
 해수욕하기!-

해수욕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물건인 것 같은데 아무리 탈탈 털어도 나오지 않던 이것!
이것의 정체를 알고나면 웃음보가 터진다.
더 웃기는 것은 슬립이 이것을 용도 변경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때 내게도 불현듯 떠오르는 사진 한 장이 있었으니...ㅋㅋ
더 이상은 밝힐 수 없는 에피소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서사는 뒤면지까지 이어진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노을에 물드는 해변 풍광이 참으로 아름답다.
낮 동안의 분주함이 사라지고 나면 차분한 안식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
슬립에게도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나보다.
슬립의 만물상점을 절대적으로 응원한다.
그림책을 읽고난 뒤에는 나 또한 주변 정리정돈이 꼭 필요한 사람임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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