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길이 있다고? 우리 삶의 여정을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은유한 그림책의 서사가 놀랍고 궁금하였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길을 걷는 동안 길동무도 만난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그 길 위에는 작은 꽃들이 피어있고, 물웅덩이도 있다. 낮과 밤을 지새우며 거친 들판을 지나기도 하고, 차가운 어둠과 맞서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이는 두렵거나 외롭지 않다. 동행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나무늘보와 곰과 아저씨와 강아지는 길을 걸었어. 뜨거운 사막에서 오아시스도 찾았어.- 오아시스에서는 당연히 쉬어가는 것이 맞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물놀이를 즐기는 일행들의 모습이 여유롭게 보였다. 그때, 바삐 지나가려던 어른이 대답한다. "어른은 물놀이 안 해." 마침내 길 끝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반짝거리는 거울을 발견한다. 뜬금없이 왜 거울일까? 거울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하는 도구이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본다. 작가는 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성찰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나보다. 그림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맨 나중에 합류하게 되는 어른이다. 그는 매우 바쁘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모양새다. -얘들아, 서두르라니까! 이렇게 놀 시간이 어딨어?- 내가 어른이 되고난 뒤에 가장 많이 내뱉았던 말과 닮아 있어서 깜짝 놀랐다. 단순하게 표현된 일러스트 때문인지 처음에는 그림책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몇 번을 거듭하여 읽으면서 이것은 다름 아닌 나와 너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반부 거울 반영 장면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그림책에서 꼭 확인하기를... 세상에 태어나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어느 순간, 우리는 모두 어른의 몸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과연 어른인 것일까? 그리고 꼭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작은 그림책 한 권이 크고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마지막 페이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 함께여서 즐거운 엔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그림책의 서사는 앞표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뒤표지까지 풀타임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뒤표지 그림읽기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헌사조차도 매우 유의미하다. -엄마 아빠, 그리고 어린 서연이에게- 길을 잃고 헤맬 때, 나 또한 가끔은 내 안의 아이가 그리웠다. 그래서였을까! 개인적으로 박서연 작가의 특별한 여정에 동행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림책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의무감에 짓눌린 어른들의 지금 이 순간을 위로한다. "꼭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명쾌하고 자유롭다. 오래도록 내 곁에 두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