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겁이 많은 작은 고슴도치와 지혜롭고 다정한 큰 고슴도치의 일상 이야기가 섬세한 일러스트와 함께 감각적으로 펼쳐진다. 쿡쿡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작은 고슴도치의 행동이 우리 집 예민둥이 반려견을 꼭 닮았다. -작은 고슴도치는 문밖으로 코를 살짝 내밀고 소리쳤어요. 작은고슴도치는 용기를 끌어모아 집 밖으로 발을 내디뎠어요. "난 하나도 안 무서워!"- 겁이 워낙 많은 우리 집 반려견은 산책길에서 큰 개라도 만나면 사력을 다하여 짖어댄다. 너무 무서우니까 나름 센 척 하는 거다. 큰 개들이 얼마나 가소로울까!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큰 개들~ 이러다 봉변 당할까봐 내가 더 두렵다. 작은 고슴도치 옆에 큰 고슴도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작은 고슴도치는 큰 고슴도치 뒤에 숨어서 여전히 소리친다. -"무슨 소리야, 난 하나도 안 무서웠는데!"- 작은 고슴도치는 두려움이 많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은가보다.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여우를 따돌리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뒤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 고슴도치가 물었다. -"너도 나처럼 무서웠니?"- 작은 고슴도치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그 뒤로도 몇 번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만 작은 고슴도치는 번번히 큰 소리를 친다. '하나도 안 무서워!' 작은 고슴도치의 심리를 서정적으로 묘사한 텍스트는 몰입도가 높다. 페이지를 넘겨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수록 우리는 큰 고슴도치에게 적극 주목하게 된다. 참으로 멋진 캐릭터다! 내 곁에 있는 큰 고슴도치를 떠올려 보았다. 나를 지켜주는 듬직한 존재, 내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다정한 존재, 언제까지나 빛이 되어주는 등불같은 그런 존재 말이다. 작은 고슴도치와 큰 고슴도치는 어떤 관계일까? 다양하게 읽혀질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의 일러스트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창피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배우는 아름다운 그림책 한 권을 만나 보았다. 부드러운 색감이 보여주는 정서는 안정적이고 포근하다. 판화와 콜라주로 표현되는 일러스트는 놀랍게도 무척이나 고급진 감성을 연출한다. 작가 브리타 테켄트럽은 독일 태생이며 120여 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다. 다수의 그림책상을 수상하고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국내외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꼭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