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업고 레디, 액션' 이라니... 제목부터 매력적이다. 그런데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한국 첫 여성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여성 영화인에게 주는 '박남옥 상'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이 그림책은 영화감독 박남옥의 생애를 조명하였다. 김주경 작가의 세련된 입담과 역동적인 일러스트 덕분에 책에 푹 빠져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림책을 다 읽고 나니 이번에는 인간 박남옥에게 매료되었다. 실제로 아기를 업은 채로 동분서주하며 찍은 영화 <미망인>은 당시에는 호응을 받지 못하여 사흘 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고 한다.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97년에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재평가를 받게 된다. <미망인>은 박남옥 감독의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인데,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그들의 섬세한 감성을 묘사한 선구적인 여성 영화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매우 놀라운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2008년에는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으로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박남옥 상'이 만들어지기까지 하였다. 단 한 편의 영화로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그의 성공비결이 궁금하지 아니한가! 영화감독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은 무엇인가! -1997년, <미망인>이 40여 년 만에 다시 상영되었어. 나는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이 되어 있었지. 마지막 포환은 이렇게 오래도록 날아왔던 거야.- 여학교 시절 박남옥은 투포환 선수였다. 3년 연이어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포환던지기를 좋아하였다. 온몸으로 포환을 던질 때마다 답답한 마음도 날아가는 듯 했다. 졸업반이 되었을 때, 박남옥은 다시 또 새로운 포환을 던졌다. 이번에는 미래를 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였다.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대학에 가려고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포환은 날지 못했다. 일본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는 학교의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결국 모두의 바램대로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정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는 숨이 막히도록 지겨웠다. 수업이 끝나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주말에는 영화를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무시하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해방 후 박남옥은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되었다. 조선영화사 촬영소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영화보다는 뉴스를 찍기 바쁜 일상에 실망하고 또 다른 꿈을 찾기 위해 일본 밀항배를 탄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다시 돌아왔더니 한국전쟁이 터졌다. 전쟁을 겪었어도 삶은 계속된다. -내가 던진 수많은 포환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박남옥의 일생을 허겁지겁 쫓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족적도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모험을 두려워하고 상처 받기 싫었던 나는 힘껏 포환을 던지기는 커녕 소심하게 돌멩이도 차지 못했다. 감히 내 삶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위인의 일대기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요즘 현실과 타협하며 자꾸만 쪼그라드는 내 안의 열정을 깨우는 그림책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