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고슴도치를 쓰다듬어 주지 않을까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타니아 고리시나 그림, 송민영 옮김 / 템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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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마음에 쏙 들어 왔다. 
그런데 고슴도치의 까만 눈동자가 자꾸만 내 시선을 피하는 듯 하였다.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 그림책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살짝 거친 질감이 손끝에 와 닿았다.
앞뒤면지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슴도치의 고유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시야에 가득하다.

고슴도치는 어느 날 마을 길을 따라 걷다가 사람들이 그들의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작은 고슴도치는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왜 아무도 나를 쓰다듬어 주지 않을까?'-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슴도치라니...
그림 작가가 창조해낸 고슴도치 캐릭터는 누구라도 쓰다듬고 싶을만큼 어여쁘기만 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고슴도치를 쓰다듬지 않는 걸까?
고슴도치는 슬퍼졌다.

-"왜 울고 있니?"
 작은 고슴도치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무도 나를 쓰다듬어 주지 않아!"-

그림책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회색 쥐와 고슴도치가 서로를 향하여 마주보고 서 있다.
회색 쥐는 당당하고 고슴도치는 평화롭다.
대체 무슨 말을 주고 받는 것일까!
고슴도치는 이제 더 이상은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고슴도치가 길 위에서 회색 쥐를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질문 하나가 나를 한참동안이나 얼어붙게 하였다.
나는 울고 있는 고슴도치일까?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회색 쥐일까?
나는 가끔 내 안의 슬픔을 남겨둔 채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었다. 
그것은 어쩌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최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고슴도치와 회색 쥐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단한 삶이 한동안 계속되었던 것 같다.

뒤표지에서 우리는 그림책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모든 삶의 과정에서
 진정 자유롭고 용기있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우리 삶의 영원한 화두, '행복권'을 그려내고 있는 그림책 이야기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다.
"작은 고슴도치야,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된단다."
이 세상 모든 고슴도치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그림책 한 권을 슬몃 당신 곁에 놓고 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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