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들어오는 예쁜 그림책이다. 품에도 포옥 안긴다. 가로로 긴 판형은 풍경화를 담아내기에 딱 좋다. 그림책의 탄생 배경 또한 흥미롭다. 그림 작가의 실제 경험과 풍경 그림을 바탕으로 그 위에 글 작가가 스토리를 입힌, 조금은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56쪽 짜리 그림책은 제법 분량이 많은 편인데도 앞뒤면지조차 풍경화 작품으로 구성하여 풍성한 볼거리를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앞면지에 수록된 헌사도 눈길을 끈다.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그림에 담아 재우, 진우에게 - 김규희 헌사를 읽는 순간, 김규희 작가의 아이들이 그림책의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의 키워드는 '풍경'과 '그리움'이다.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시선을 빌려 이국의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붉은 바위들은 반짝반짝 빛이 나요. 바위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는 사계절이 섞여 있어요.- '신들의 정원' 막연히 동경하고 있는 미국 여행의 불씨를 당기는 페이지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하는 아름다운 편지글과 수려한 풍경화들이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할머니, 여기는 붉은 계곡이에요. 아빠가 그러는데 계곡은 강과 바람이 나눈 우정의 증거래요. 오랜 세월 동안 강이 바람과 함께 웃고 떠들면 튼튼한 바위가 깎여 나가고 이렇게 멋진 풍경이 된다고 했어요.- 오!~~~ 낭만적인 이 문장에 매료되어 당장이라도 '붉은 계곡'으로 달려 가고 싶었다. 내가 아는 수많은 계곡의 이름들을 한꺼번에 떠올려 보기도 하였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멋진 풍광을 바라보면서 먹먹한 감동에 휩싸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지금, 바로, 여기에 나와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붉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빨간 노을을 보았어요. 노을 위로 보고 싶은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어요.- 노을빛 그리움이 안타깝게 배어 있는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귀하게 넘기면서 천천히 오래도록 보았다. 좋아하는 꽃차 한 잔을 앞에 놓고 그리운 이름과 마주앉은 느낌이다. 그 사람이 곁에 있거나 멀리 있거나, 만날 수 있거나 만날 수 없거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잊혀지지만 않는다면 그리움으로 얼마든지 추억할 수 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의 반전은 충격적이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할머니를 추억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 듯 하다. -저의 가장 좋은 친구는 할머니예요.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는 똑같으니까요.- 그리움의 감정을 예쁘게 담아서 모은 화첩같은 그림책을 선물처럼 만났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마다 펼쳐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