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동시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부문에서 수상하였다고 한다. 이 작고 특별한 동시집이 품고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자꾸만 솟구치는 생각의 고삐를 놓지 않은 채 그림책을 열었다. 표제지의 헌사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그림책의 헌사를 읽으면 그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서 참 좋다. -바다가 가득 담긴 눈으로 <마르가리타>를 읊어 주시던 루벤 할아버지와 플라테로의 보드라운 털을 선물해 주신 어머니께- 이 시선집을 엮은 아돌프 코르도바는 멕시코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시를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칭한다. 그의 탁월한 시적 감수성은 아마도 루벤 할아버지와 그의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 -시를 수집하는 사람으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시선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년 동안 대서양 양쪽을 오가며 지면과 화면으로 시를 찾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책의 성'이라 불리는, 독일 국제청소년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많은 페이지를 뒤적이다가 어느 날, 열람실 구석 낮은 선반 위에 놓인 오래된 잡지에서 카나리아처럼 노래하고 신데렐라처럼 신을 신는 아킬레스 나소아의 (이 책에 수록된) 독특한 시를 발견했지요. 이 시를 읽고 소라 껍데기 안에서 처음 파도 소리를 들었을 때의 그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작은 성냥갑》은 이베로아메리카 10개국 36명의 시인들이 최근 100년 동안 쓴 동시를 가려 뽑아 엮은 동시집이다. 차례를 훑어 보다가 가장 먼저 아킬레스 나소아의 시를 찾아서 읽어 보았다. 페이지 20~ 아돌프 코르도바의 감성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나 또한 무지개 빛깔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잃어버린지 꽤 오래되었건만 그래도 아직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기억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 시선집이 매력적인 것은 아돌프 코르도바가 밝혔듯이 하나의 성냥 머리에서 다른 성냥 머리로 불이 옮겨 붙는 소리와 이미지를 떠올리며 시들을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끝말잇기를 하는 것처럼 재미나다. <작은 성냥갑 속에는> 마리나 엘레나 왈쉬(1965, 아르헨티나> 을 필두로 36편의 보석같은 시들이 릴레이 레이스를 펼친다. 다분히 의도적이겠지만 시선집의 마지막 시 또한 성냥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성냥갑에서 시작하여 성냥갑으로 마무리되는 컨셉이 게임의 규칙처럼 느껴졌다. 신박하지 아니한가! 이런 모든 것들의 가치를 인정받아 볼로냐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을 것이다. 앗! 한 가지 더! 후안 팔로미노의 놀라운 일러스트는 완벽하며 시의 세계를 확장하는 한편, 풍부한 색채와 극적인 이미지는 독자의 적극적인 상상력을 위한 충분한 여지를 남겨 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두려움을 쫓는 법> / 마리아 호세 페라다 (2020, 칠레) 성냥갑 속에 별을 넣고 호주머니나 베개 밑에 보관하렴. 다시는 무섭지 않을 거야. (중략) 별을 어떻게 사냥하냐고? 상자를 열어 놓고 -가급적이면 창가에- 밤이 오기를 기다려. 그러면 별이 혼자 내려올 거야. 심지어는 두 세 개가 한꺼번에 내려온 적도 있어. 성냥갑 속에 별 세 개가 들어간다고? 소책자에는 은하계도 들어갈 수 있다고 나와 있어. 오래된 협정이래. 아이들과 하늘이 맺은 공조 협약 (중략) 진짜일까? 오늘 밤이라도 당장 별 사냥에 나서고 싶어진다. 두려움이 많은 나에게 별빛이 되어준 시다. 이토록 특별한 시선집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고마웠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아름다운 시와 그림으로 가득한 이 책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여러분은 불꽃과 불꽃,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에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거나 다른 목소리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그 목소리들을 간직하거나, 경이로움이 불타는 자신만의 작은 성냥갑을 준비하길 바랍니다. - 아돌프 코르도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