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스콜라 창작 그림책 38
허정윤 지음, 이명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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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그런데도 울림은 크다.
사실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들은 여름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만큼이나 통쾌하였다.
아니! 아름다웠다.

"서강대교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에게, 그때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고백합니다."
허정윤 작가는 그때의 선택을 오래도록 아프게 간직하고 있었나 보다.
후회라는 이름으로...
그림 작가는 이곳 서강대교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안타까운 그 마음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 했던 것일까?
독자들은 앞표제지와 뒤면지를 통해 변화된 서강대교 풍경을 인상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아침 출근길은 어디서나 만연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여기, 서강대교 또한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시간에 다리를 건너가려는 아기 고양이가 있다.
빵빵!

-사람들은 아침부터 작은 생명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구해 줄 용기가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빵빵! 빠앙!
아기 고양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진실한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미리 만나본 출판사 서평이 급기야 나를 멈춰 세웠다.
생각해보면 내게도 이런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많이 미안하고 부끄럽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후회없는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있을텐데...
하지만 이런 식의 후회가 바람직한 것일까?
어쨌든 삶은 계속될 것이고, 선택의 순간은 부지불식간에 파도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파도에 휩쓸리기 보다는 다음 파도를 예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림책 속 위급한 상황이 실제인 듯 생생하다.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아기 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할 지도 모른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잔뜩 긴장한 채로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끼익!
누군가 차를 멈춰 세웠다.
아기 고양이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빠아앙! 빵 빵!
끼익! 끼익! 끼익!
위협적인 자동차 경적소리들, 뒤따르던 자동차들이 멈춰 서는 소리들로 인하여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는 무사히 구출된다.
바로 이 장면이다.

유타 바우어의 그림책 《예페의 심부름 가는 길》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도움이 절실한 대상을 외면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비록 두렵고, 자칫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옳은 일이라고 판단된다면 용기를 내어보자.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림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이 선택의 순간마다 더욱 진실할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나은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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