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무지개!
다니엘 샤페론 지음, 나탈리 디옹 그림, 신은아 옮김 / 베로니카이펙트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속 무지개는 어떤 의미일까?
사랑하는 사람, 또는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누군가의 잃어버린 영혼일 수도...
나는  워즈워드의 시 <무지개>가 떠오른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중략)

이처럼 평생에 걸쳐 누구라도 동경하는 무지개를 반려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그림책의 서사가 경이롭다.
떠다니는 풍선을 붙잡듯이 무지개를 잡다니!
환상적인 색감의 일러스트와 서정적인 스토리가 찰떡이다.
시원스럽게 커다란 판형, 코팅 처리를 하지 않은 표지의 질감도 좋다.
앞뒤표지는 연결 그림이어서 펼쳐 보아야 하는데 본문에서 한 번 더 감상할 수 있다.

주인공 '나'는 무지개를 유리병에 가두어 놓고 반려동물 대하듯 보살핀다.
눈을 맞추고, 마실 물과 함께 먹을거리도 넣어준다.
어딜 가든지 데리고 다니며 간단한 재주도 가르친다.
이런 상상, 기발하지 아니한가!
부드럽고 화사한 파스텔톤의 색감이 책을 읽는내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 하였다.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는 느낌이었다.
행복감이 밀려 들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 곁에 있는 나의 무지개가 더 이상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장 속에 갇힌 새라든지 화병에 꽂힌 꽃, 새로운 사랑을 찾은 연인처럼 말이다.
그림책은 독자들을 향하여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림책 속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둘의 표정이 똑같이 닮아 보인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겨를도 없이 부대끼며 살다보니 뻑뻑해진 눈동자가 정화되는 것 같았다.

좋은 그림책은 커다란 질문을 남긴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떠오르는 질문이 많을 거라는 출판사 서평처럼 '진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무지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했던 거야.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텍스트로는 한 번도 언급이 되지 않았던 토끼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주인공 '나'의 관심은 온통 무지개에게만 쏠려 있었다. 그런 순간조차도 늘 곁을 지키고 있었던 토끼의 존재가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였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읽고 널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