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가가 싱어송라이터라서 그럴까? 노래 가사처럼 운율이 있는 텍스트가 특별하게 와 닿았다.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 또한 매우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은 대박이다. 어느 날, 열 살 제임스에게 남동생이 생겼다. 독차지 하던 부모님의 사랑이 아기 조에게로 옮겨간 듯 했다. -조만 사라지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 더는 못 참겠어.- 매주 목요일은 온 가족이 피자 먹는 날이다. 제임스네 가족은 '마법 프라이팬 피자 가게'로 갔다. 가게 이름이 요상하다 싶더니 바로 이곳에서 진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아기를 바꾸시겠습니까? 깜짝 장터 원하는 아기로 바꿔드립니다.- 화장실 기저귀 교환대 위에는 처음 보는 광고판이 켜졌다. 선물까지 준다고 한다. 마치 제임스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제임스, 안돼! 설마 광고를 그대로 믿는 건 아니겠지?" 오늘날의 우리는 빅데이터를 기반한 핀셋 마케팅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조바심이 나서 얼른 페이지를 넘겨 보았다. -비밀은 안전하게 지켜드립니다. 이 기저귀 교환대에 눕히면 동생의 기억은 모조리 사라집니다.- 이토록 완벽하다니... 생각을 해 볼 겨를도 없이 선물 공세가 이어진다. 근사한 스파이 안경 세트, 레드락 스타 모델 기타 두대, 흥미로운 실험실 도구 세트를 보여 주면서 선택을 종용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마다 제임스의 눈은 어김없이 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조와 함께 스파이 안경을 쓰고 밤에 공원을 돌아다니면 얼마나 재밌겠어?' '조와 함께하는 록 밴드는 최고일 거야!' '조는 아마도 멍청하긴커녕 과학 영재일지도 몰라.' 역시 그림책은 해피 엔딩. 제임스와 조의 남다른 형제애가 인상깊었다.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제임스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아이였던 것이다. 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남매를 키운 엄마로써 한편 부럽기도 하였다. 성장하는 동안 아들 아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처음에는 아기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예뻐하는 것 같더니,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낀 순간부터는 눈에 띄게 미워하는게 보였는데 그럴 때마다 혼내기만 했다. 이 그림책을 보니까 새삼 마음이 아프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큰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책 속 이국적인 문화 코드에도 눈길이 갔다. =부모를 대신해서 동생 기저귀를 갈아주는 열 살 짜 리 형 =남자 화장실에 비치되어 있는 기저귀 교환대 앞뒤면지도 재미있다. 다양하게 기저귀 접는 방법을 도식화 하여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이 실제로 기저귀를 갈게 되는 본문 내용을 살짝 드러내었다. 시원스런 판형에 선이 굵은 일러스트, 놀라운 서사가 한데 어우러져서 이 그림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림책 육아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과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