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아껴가며 천천히 읽었다. 물론 주인공 남매에게 위기가 닥쳐온 순간들에 부닥칠 때마다 호흡이 빨라지기는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텝을 좋아한다. 쨍한 색감과 선이 굵은 일러스트가 정말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한국 전통 색채로 가득한 96쪽짜리 해학적인 그림을 읽으면서 놀라움과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어렸을 때 접했던 전래동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린 작가가 이국의 땅에서 펴낸 우리 전통 문화 이야기는 그래서 다분히 이중적이다. 뒤표제지에 실린 작가의 말처럼 토끼, 도깨비, 호랑이, 구미호 모두 오래된 전래동화의 주인공들이지만 이 책에서는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모습이 녹아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국의 독자들에게 한국전래동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마침내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K-문화콘덴츠의 거대한 물결로 작용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의 전래동화에 나오는 신비한 등장인물들로 가득한 땅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리뷰가 말해주는 것처럼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그림책의 세계. 도깨비, 호랑이, 구미호가 한꺼번에 등장하여 풍부한 볼거리와 긴박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사는 앞면지부터 시작하여 뒤면지까지 이어진다. 팥죽을 끓여 놓고 손주들을 기다리던 할머니 집에 느닷없이 택배가 도착한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날아온 창호문이다. 그런데 그 창문을 통하여 슬몃 호랑이 한 마리가 들어 오는 것이 아닌가! 설마 팥죽 냄새를 맡은 거야? 그리고 나서 할머니가 사라졌다! -준~할머니가 집에 안 계셔!- 집안 곳곳을 살피던 아이들은 처음 보는 창문을 발견하였고, 그로부터 아슬아슬한 모험이 시작된다. 문 밖은 딴 세상이었다. 가장 먼저 배고픈 달토끼를 만났다. 초콜릿을 맛있게 얻어 먹고는 발자국의 정체를 밝혀 주었다. 게다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효자손까지 선물로 주고 갔는데 이것의 쓰임새가 절묘하다. 이번엔 도깨비들과의 조우~ 도깨비들도 아이들이 가져간 과자에 관심이 많다. 이것 저것 내놓으며 과자와 바꾸려고 한다. 급기야 도깨비에게 얻은 것은 문고리다. 문고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나! 이 문고리가 우릴 따라왔어!- 앗! 우연하게도 할머니의 팥죽 냄비 발견! 냄비를 서로 가지겠다며 구미호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호랑이에게 용감하게 달려든 준! 그런 준을 응원하는 가위 바위 보 게임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듯 했으나 호랑이의 반칙과 구미호의 배신으로 또 다시 혼미해지는 상황이 펼쳐졌다. 절체절명의 위기와 맞닥뜨린 남매는 효자손과 도깨비 문고리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할머니 방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너희들 여기에 있었구나. 어서 와서 뭐 좀 먹으렴!- 헉! 다행이다. 사라진 줄 알았던 할머니가 집에 계셨다니... 하지만 그림책은 단순한 해피 엔딩이 아니다. 역대급 반전이 있다. 초현실적 상상을 필요로 하는 뒤면지 이야기는 절대적 압권이다. 책을 덮고 나면 다양한 감정들이 마구 올라올 것이다. 폭발하듯 터지는 질문과 감탄, 경이로움이 한바탕 휩쓸고 가면 달콤한 여운이 곁을 지킨다. 이토록 멋진 그림책이라니!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