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자꾸만 책 표지를 쓰다듬게 된다. "잘가! 안녕! 본본~" 이 장면이 어떤 특별한 슬픔을 머금고 있는지 책을 읽기 전에는 정녕 몰랐었다. 아름다운 정서와 고귀한 가치를 담은 그림책이다. 작가들의 첫 번째 책에 주목하는 편이다. 이 책 또한 정유진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해서 더욱 소중하게 받아 보았다.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림으로 마음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작가의 소망이 잘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렸을 때 나는 만화광이었다. 누가 나를 찾지 않으면 하루종일이라도 만화가게에 틀어박힐 수 있었다. 오랫만에 고퀄리티의 만화 그림책을 만나서 반갑고 기뻤다. 출판사 미리보기로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진 판본의 그림책이 고밀도의 감동을 불러왔다. 맑은 눈물이 흘렀다. 네 살 짜리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얼마 전에 뜻하지 않은 사고가 있었다. 산책하다가 딸아이 발에 밟혔는데 비명소리가 어찌나 요란했던지 주변에 길 가던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다. 우리도 정말 놀랐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파하는 건 처음이었던 것이다. 낮에 그런 일이 있다가 밤에는 아이를 또 떨어뜨렸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서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는 듯 했다.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받았다.우선은 괜찮다고 해서 일단 안심은 했지만 5일 정도는 더 지켜보라고 했다. 그 뒤 5일을 긴장하며 보냈던 기억이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 모든 위기를 감당하겠다는 약속인 것 같다. 삶과 죽음을 위시한 생로병사의 모든 순간들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도 물론 필요하다. 그림책 또한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슴 깊숙이 그림책의 키워드가 별처럼 다가와서 반짝 박힌다. -만남과 이별, 죽음과 애도와 추억을 이야기하는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아름다운 그래픽노블- 그래픽노블이 보통 그림책들과 다른 것은 페이지 수가 많다는 것 말고도 몇 개의 챕터로 나누어 서사를 이어가는 기법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만난 이야기 -두 번째:옛날 이야기 -세 번째:우리 이야기 -네 번째:떠나는 이야기 책장을 덮어도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이야기 속 아름다운 순간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 그런 걸 정말 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언젠가는 떠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 같은 건 할 수 없을 거야.- -내가 본본을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모두가 함께 있으니까 정말 좋다.- -본본! 어디 가는 거야? 떠날 때 작별 인사 하기로 약속했잖아. 맞아. 하지만 작별 인사는 필요 없어.- 그렇게 혼자 조용히 본본은 떠나갔다. "사랑해.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본본이 남겨두고 간 마지막 말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반려동물과의 사이에서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까닭이다. 함께 있는 동안 충분히 사랑을 나누면서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