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달 그림책
이한비 지음, 고정순 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은 마음이 아플까봐 외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저 피한다고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11살 어린이 작가의 눈에 비친 실험견 비글의 삶을 적극적으로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기사>
https://www.upinews.kr/newsView/upi202007070092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솔직히 부끄러웠다.
현재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형편이라 이들을 직접 입양할 수는 없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그림책을 공유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이한비 작가 또한 텔레비전에서 본 비글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 실험견으로 고통받는 개들이 있다는 것을 글로써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림 작가로 참여한 고정순 작가의 마음 역시도 다르지 않았다.

-사람을 위해 떠난 모든 생명이
이제 고통 없는 세상에서 편히 지내길.
그리고 우리에게 묻고 싶어요
이대로 우리, 괜찮을까요? -고정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평소 고정순 작가의 작업 세계를 눈여겨 보고 있는 팬이지만 이번 그림책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 더 특별했던 것 같다. 11살 어린이 작가의 글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 따뜻한 지지와 함께 뭉클한 연대감을 보여준 작가 의식에 주목하였다. 게다가 직접 그림 작업까지...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 호흡은 길다.
시종일관 아프고 안타까운 문장들의 산맥을 힘겹게 넘나들어야 했다.

-나는 1208입니다.-

첫 문장부터 심장을 누르는 듯 했다.
압박감 때문에 페이지 넘기기가 쉽지 않았지만 외면하지 않기로 한 만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가 급기야 이 장면에서 멈추고 말았다.

-나는 아픈 주사도 잘 맞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어쩔 줄 모르겠다.
충격적인 일러스트는 글에 무게를 더한다.
온 몸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과 분노를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주사 맞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데,
이런 마음이 투사되었으니 내게는 가장 끔찍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장면에 이르렀다.

-임무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처럼
이곳을 떠납니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이제부터라도 행동해야만 할 것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림책과 함께 출판사에서 보내준 가이드북이다.
실험견 비글 이야기와 함께 우리가 취해야 할 구체적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동물을 존중하는 착한 화장품을 사용해요.
-실험이 끝난 뒤 세상 밖으로 나온 실험동물을 입양해요.
-동물권 향상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힘을 모아요.

나는 동물 실험을 단연코 반대한다.
동물에게 나타난 실험 결과는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동의한다.
필수적이지 않은 제품을 개발하는데에도 동물 실험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화가 났다.
당신은 어떤가?

비록 그림책으로 한줄기 희망의 싹을 틔웠다고는 하나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우리는, 동물 실험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꼭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