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한 마리가 불현듯 내게로 다가왔다.이렇게 가까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표정이 사뭇 슬프다.마치 도움이라도 요청하는 듯 절박해 보인다.'두 개의 밤'이란 무슨 뜻일까?뒤표지에는 늑대 두 마리가 서로 다정하다.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연결 표지 그림을 통하여 작가는 독자들에게 슬몃 말을 건넨다.세상에는 착한 사슴도 없고 나쁜 늑대도 없다고...다만 사슴과 늑대가 있을 뿐이라고...<두 개의 밤>은 엄마 잃은 사슴과 먹이 사냥에 실패한 늑대의 이야기다. 약육강식의 세계, 먹이 사슬의 법칙을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다. 숨가쁘게 그림책의 서사를 따라가면서도 시종일관 환상적인 일러스트의 매력에 환호하였다.-배고파아아아아아!--엄마아아아아아아!-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지 그림 속 사슴의 간절한 눈길은 받아내기가 힘들었다.아픈 기억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얼마 전 일이다.새벽 숲길 산책을 하다가 새끼고라니를 발견하였다.수로에 빠져서 비척비척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작은 생명체. 태어난 지 하루 이틀 밖에 안된 것 같았다.간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고라니 엄마는 어떻게 되었을까?수로에서 건져내어 숲쪽으로 얹어 주었지만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자꾸만 고꾸라졌다.근처에는 야생 고양이들과 유기견, 멧돼지까지 있어걱정스러웠다. 그렇더라도 더는 관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그래서였을 것이다.길을 잃었던 그림책 속 사슴이 무사히 엄마를 찾게 되는 장면에서 불현듯 해방감을 느꼈다.그날 새끼고라니를 그렇게 두고 온 것에 대하여 더 이상 자책하지 말라고, 안심하라고 그림책이 말해주는 듯 하였다.그림책을 다 읽을 때까지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쫓고 쫓기던 사슴과 늑대가 치열하게 살아내어야만 했던 '두 개의 밤'이 사실은 우리 모두의 서로 다른 밤이라는 것을 말이다.모두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그림책의 메시지가 꽃처럼 아름답다.매력적인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공감적 서사를 만들어낸 작가의 시선은 다정하다.누구라도 한 번쯤은 꼭 만나보아야 할 경이로운 그림책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