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동안 모든 생명은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살아갑니다.''앗!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시때때로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처럼 이토록 명백한 진실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미안하였다.《우리는 먹어요》평범한 것처럼 느껴지던 그림책의 제목은 생각할 수록 묵직하고 깊다.첫 문장부터 매섭다.-오늘도 음식 앞에 앉았나요?-물론이다. 식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고, 식사와 설거지와 쓰레기 처리까지 상당 시간을 쓰면서 날마다 때마다 우리는 먹는다. 먹는 행위는 생명 유지를 위한 본능적 욕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가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다른 생명을 빼앗아야만 가능해지는 먹이사슬의 구조를 우리는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 것인가?고정순 작가의 마음결을 따라가 보자.-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의 목숨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림책은 총 아홉 가지의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스며들 듯이 잔잔한 어조로 조곤조곤 이야기한다.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의 목숨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인가?바로 나 자신이며 내 이웃이고, 우리의 친구이다.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농부가 콩 세 알을 땅에 심는 이유를 알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땅을 소중히 여기며, 음식 앞에서는 자연과 사람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릴 줄 알아야 한다."오늘도 우리 가족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기도하는 사람들.인종과 국적, 종교를 초월하여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겸허한 자세는 기도가 아닐까?작가 또한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출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다음으로 꼽은 아름다운 장면 하나가 더 있다.눈 오는 날의 운조루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전남 구례군 토지면 운조루의 뒤주에는 타인능해 (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얼마 전에 운조루를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들어가보지 못하였다.기회를 만들어 꼭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눈이 내리는 날이라면 더 좋겠다.-까치를 위해 감나무에 남겨둔 까치밥처럼 먹는다는 것은 내 굶주림만 해결하면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생명과 함께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몇 번을 반복하여 읽었다.그림만 보고 읽고,글만 읽고,소리내어 읽고, 가슴으로 읽었다.책장을 덮었어도 작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논픽션 그림책이지만 서사적 울림이 크다.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책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