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옥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0
이명환 지음 / 한솔수북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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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었다.
연민과 그리움이 송글송글 담겨 있다.
나도 엄마 생각이 나서 며칠째 이 그림책을 끌어안고 지낸다.

연분홍 벚꽃잎이 화사한 표지 그림 속 세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앗! 앞뒤표지가 연결된 그림이라서 반드시 펼쳐서 보아야 한다.
삶의 여정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표지 그림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림 한 장으로 이토록 절묘하게 묘사할 수 있다니 놀랍다.

가끔 어린 시절의 나를 바라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가 애틋한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어린 아이였던 나는 수묵담채화 속 풍경처럼 한 켠에 조그맣게 서 있고, 어른이 된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래. 맞아. 이름이라도 다정하게 불러볼 걸 그랬나보다.

'경옥!'
방금 내 이름 대신에 그림책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저절로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금부터는 그림책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가보자.
앞면지 속 파랑 물방울이 궁금하다. 얼른 뒤면지를 열었다. 구름 위의 존재가 지상을 향하여 물을 주고 있다. 물뿌리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서 식물에 물을 주는 행위이다.
궁금한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다.

-"나중에 우리 아들 색시는 누가 될까?"
둘째 아들을 품에 안고 말하던 엄마 이름은 경옥이야.-

충청도 산골에서 팔 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경옥은 몸이 작고 약했지만 당찬 구석이 있었다.
'서울의 보석'이라는 뜻의 자기 이름에 자부심을 느끼며 꿈을 키웠다.
열 아홉의 나이에 그 꿈을 쫓아 드디어 서울에 왔다.
고된 미싱 일이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던 중 성실한 남자를 만나서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경옥의 삶은 순탄하지 못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회복될 수 없는 병이 찾아왔다.

-경옥은 껌딱지 같던 둘째 아들이 걸렸어.
"아들, 엄마는 괜찮아."
"하늘에서 색시꽃에 물을 주고 있을게."-

역시 엄마는 죽어서도 엄마인 것이다.

-당신, 웃을 때 경옥을 닮았네.-

엄마 경옥을 그리워하는 둘째 아들 이명환 작가님의
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마음의 무게가 와락 내게로 쏟아졌다. 그것은 오래된 내 슬픔이기도 했으므로 덜컥 삼켜버린 입안의 가시처럼 당황스러운 감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은 밝고 따뜻하며 편안하다. 슬픔과 그리움, 알 수 없는 당혹감조차도 무지개 다리 저편으로 맑게 맑게 사라져갔다. 흔적도 없이...
이제는 비로소 책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
며칠째 내 가슴에 안겨있던 생각들도 어느새 떠나갔다. 달콤한 여운을 남긴 채...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경옥의 사진첩이다.
어렸을 때 본 내 엄마의 사진첩과 똑같아서 정말 신기하였다.
내 엄마이기 이전에 꿈 꾸는 소녀였고, 꿈 많은 숙녀였던 한 사람의 고단한 여정이 그 속에 있다.
몸은 비록 떠나갔어도 마음은 그리움이 되어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엄마,
엄마, 엄마...
당신이 그립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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