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의 고양이 - 2023 ARKO 문학나눔 그림이야기 1
주애령 지음, 김유진 그림 / 노란상상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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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구조가 탄탄한 그림책이다.
단편작품을 그림책으로 엮은만큼 글밥이 많다. 분량도 보통 그림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묘사의 그림체가 아름답고, 스토리가 긴박하여 지루할 틈이 없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혼돈의 현실은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하다.
추운 밤, 서리, 눈, 얼음, 햇빛, 다이아몬드...
그림책 속 글자들이 날카롭게 날아다닌다.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가만가만 읽어 나갔다.
외로운 아이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는 하얀 고양이처럼 말이다.
고정순 그림책 작가의 추천사가 마음을 울린다.

-아연이처럼 외로운 나도 그림책 세상에서 '밤의 별'과 '새벽의 달'을 만났고 하얀 밤이 주는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작가의 선한 의지가 하얀 밤의 고양이가 되어 우리 곁에 머문다.-

주애령 작가의 바램처럼

'세상에 나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펴는 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하여 위로받고, 울고 웃으며 마음 근육을 키워내는 경험은 지극히 높고 귀하다.
풍요롭고 따뜻한 가정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는 많은 아이들이 그림책 이야기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 책과 꼭 만나게 되기를...

-전학 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새로 이사온 집에는 아연이의 방이 따로 없다. 좋아하는 그림책도 모두 팔고 왔다. 아빠는 집에 오지 못하고 엄마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아연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유난히 내 눈길이 오래 머문 장면이다.
편의점을 나서는 아연이의 위축된 모습 뒤로 '소망세탁소'의 간판이 크게 보인다. 그리고 지붕 위의 하얀 고양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단숨에 훅 읽어내려갔다.
새로 이사온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이 아연이는 집보다 더 편안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있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하얀 고양이...
하얀 고양이의 존재는 무엇일까?
어느 날 몰래 들어간 한밤중의 작은 도서관에서 아연이는 드디어 하얀 고양이와 조우한다.
우와~
숨막힐 듯 아름다운 자태의 하얀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늘 밤 잘 보고 있어.
밤하늘의 별 같은 아기와
새벽달처럼 빛나는 아기가 나올 거야.
그 아기들은 모두 너의 친구가 될 거야.-

아연이의 닷새 동안의 추억을 외로운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고정순 작가의 말이 곁에서 들리는 듯 하다.
며칠째 흰눈이 펑펑 쏟아지고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던 그 닷새 동안 한 아이가 실종되었다.
최초 발견자인 도서관 관장은 드디어 없어진 아이를 찾았다고 휴대폰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이는 안전했고 한층 성숙해졌다.

-이젠 혼자 있어도 괜찮아.-

그렇지만 이 문장은 아프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혼자서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고, 닷새 간의 실종 상황은 끔찍하기만 하다.
김유진 그림 작가의 말을 되새겨본다.

-이 책은 더없이 슬프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현실에서 슬픔을 혼자 겪는 어린이가 있어선 안된다고 나직이 우리를 부른다. 어린이들에게는 고양이의 솜털처럼 따스하고 안전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고.-

그림책의 깨알 재미도 놓치지 말자.
아연이가 읽고 있는 그림책들의 표지나 장면은 실제그림책을 재현하고 있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연이가 그림책으로 위로받고 정서적으로 우뚝 선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림책으로 인하여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동안 우리 사회가 한결 밝고 따뜻해지기를 소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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