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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둥지 - 2023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ㅣ 그림책 숲 27
서유진 지음 / 브와포레 / 2022년 2월
평점 :
자연과 사람, 숲과 도시는 공존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이름으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명목 하에 천년의 숲이 사라진다. 그 이면에는 졸지에 집을 잃어버리고 더 험한 곳으로 떠돌아야만 하는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아무 잘못도 없이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빼앗긴 동식물들이 있다.
서유진 작가는 바로 이 지점을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환경그림책을 읽으면 언제나 마음이 무거워진다. 수치심과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이 그림책도 그렇다.
앞표지와 뒤표지의 상반되는 이미지를 번갈아 보면서 마음이 자꾸 가라앉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걱정 마, 함께라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애써 마음을 털어내며 책을 열었다.
우왓!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새들의 형상이 가득 펼쳐진 앞 .뒤면지.
작가의 시선이 놀랍고도 정겹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저 새들과 함께 했을지...
도시의 아파트 2층에 사는 나는 집 창밖의 살구나무를 찾아오는 직박구리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새들과 교감하기란 쉽지 않다. 숨어서 지켜보지만 금새 날아가버린다.
처음엔 그림책의 새들이 직박구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깃털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이 새들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궁극에는 어쩌면 작가가 특정한 종이 아닌 일반적인 새를 주인공으로 그려내었을 것이라고 나름 결론을 짓고 나니 편해졌다.
톡 톡, 포르릉
바쁘게 가버리는 직박구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하곤 했다.
'쟤들은 어쩌다가 이런 도시에서 살게 되었을까?
둥지는 어디에 있을까? 안전할까?'
예전에 공사장 크레인 위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는 뉴스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후로는 도시에 사는 새들에게 자꾸 마음이 쓰였다.
'온 힘을 다해 둥지를 짓고 품어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그림책의 헌사이다.
눈물이 났다.
그림책에 헌사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
가슴 뭉클한 헌사로 인하여 촉촉해진 감성은 몰입도를 드높인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여기서 한참을 머물렀다.
숲 한가운데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는 하늘. 가슴 뜨겁게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하지만 다음 장면부터 그림책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르릉 쾅쾅 숲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새들의 둥지도 사라져 버렸어요. 태어나 자라 온 그 곳을 떠나야만 했지요.-
그림책의 문장이 애잔하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꾸만 사라지는 숲, 둥지를 잃은 새들과 동물들, 그리고 고단한 우리 삶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새들은 어쩔 수 없이 둥지를 찾아 콘크리트 숲으로 날아들었다. 두렵고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함께였으므로...
드디어 둥지를 지을 만한 자리를 찾게 된 새들.
-그곳은 떠나온 숲을 닮은 곳이었어요.
새들처럼 오갈 데 없는 작은 생명들이 머물고 있었지요.-
새들은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길러내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새들의 둥지는 과연 어떻게 될까?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웠다.
책을 덮으면서 마지막 문장을 가슴에 담았다.
숲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환경보전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