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들의 정원 햇살그림책 (봄볕) 50
피레트 라우드 지음, 서진석 옮김 / 봄볕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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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에스토니아 문학 해외지원사업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 이 그림책이 많이 궁금했는데, 오늘 드디어 만나게 되었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 서유럽의 그림책들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오홋! 독특한 그림체가 마음을 끄네요.
품에 쏙 들어오는 판형과 크기는 그림책을 더욱 사랑스럽게 합니다.
피레트 라우드 작가에 대해서도 찾아봤어요.
에스토니아의 대표 일러스트레이터이며 현재는 그림책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매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등 그의 작품은 전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네요.
'뿌리 깊은 나무들의 정원'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자유와 평화, 여유롭고 안정된 삶의 태도 같은 키워드들이 먼저 연상되었거든요. 하지만 그림책의 시각은 틀 밖으로 열려 있어요. 이를테면 서로 '다른 존재들 보듬기' 내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굉장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이군요.
지금부터 함께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보아요.

어머! 꽃다발, 아니 나무다발이로군요!
재치발랄하면서도 앙증맞고, 장식적인 예술미 뿜뿜한 일러스트가 완전 제 취향입니다.
맘에 드는 화첩 한 권 손에 넣고 뿌듯해 하는 제 모습 보이시나요?
스토리도 너무 재미있어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몰입의 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곳곳에서 벌어지는 벌목의 현장에서는 수십 년,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베어지고 있어요.
산은 헐벗고, 숲에 기대어 살던 동물들이 졸지에 보금자리를 빼앗기는 안타까운 현실을 떠올리며 슬퍼지려는 순간, 갑자기 텐션이 올라갔어요.
-작은 나무는 온힘을 다해 도망쳤어요.
숲에서 멀리, 그 괴물같은 톱으로부터 멀리요.
아주 멀리.-
무지막지한 톱을 피하여 작은 나무가 도망을 치는군요.
''그래 그래, 참 잘했어. 바로 그거야.''
진심으로 안도하며 응원하는 마음이 마구 생겨났어요.
그러나 난민 신세가 된 작은나무의 이후 여정은 결코 녹록치 않아요.
-마침내 작은 나무가 도착한 곳은 신기한 정원이었어요.-
신기한 정원은 작은 나무가 원래 살던 숲과는 다른 곳이었어요. 이곳에서 작은 나무는 이방인 취급을 받아요.
-아니야! 너는 우리와 달라!-
작은 나무는 절망했지만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되지요.
-네가 우리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면 여기 살도록 허락해 주마.-

여러분은 우리 사회가 신봉하는 것들에 대하여 정녕 의심해 본 적 있나요?
뿌리를 절대적 가치로 믿고 살아가는 뿌리깊은 나무들의 정원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게 되는 건
낯선 새 한 마리 때문이지요.
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뿌리가 아니라 뭔가 아주 굉장한 것이라고 말해요.
새가 말하는 굉장한 것은 무엇일까요?
궁금하신가요?
그림책을 통하여 직접 확인해 보시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굉장한 것'은 이렇습니다.
1. 고요한 일상이 계속되는 것
2. 처음 도전하는 일을 당당하게 해낸 것
3.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기는 것
4.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짝 내딛는 것
5.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6. 자전거를 타고 여기 저기 다니는 것
7. 가을 볕을 쬐면서 꽃씨를 받는 것
8. 아이들이 자라는 것
9.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
10.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잘 있는 것
. . . . . .

뿌리가 없어서 추방 당해야만 했던 웅덩이와 별, 그리고 바위의 이야기를 차례로 듣는 동안 뿌리깊은 나무들의 정원에 사는 나무들은 비로소 생각에 잠겼어요.
바로 이 장면이 그림책의 백미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페이지는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요!

유연한 사고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는 그림책. 굉장한 것들을 서로 나누며 감사와 감탄을 말하는 그림책.
마음이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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