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성은. 그림 정은선노란상상오후 네 시는 어떤 시간일까요?각양각색의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겠지만 이 책에서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갔다 온 아이들이 놀이터로 모이는 시간이라고 하네요.그래서 <오후 네 시의 놀이터>라는 제목이 참 정겹게 들려옵니다.동화책이지만 그림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책이 알록달록 예뻐요.할마와 할빠라는 신조어도 재미있게 다가왔어요.요즘 주변에서 황혼육아 하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볼 때마다 이 단어가 생각나겠어요.부디 육체적으로 너무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요.지금부터는 동화책의 스토리를 살펴볼게요.지민이네와 시아네 가족이 육아로 인하여 겪게 되는 인물의 인과관계와 사건 전개가 근간입니다.지민이네는 할머니엄마가, 시아네는 할아버지아빠가 육아를 도우는데요. 어느 날 놀이터에서 맞닥뜨린 두 사람은 각자의 손주들을 보살피던 중 서로 감정이 폭발하여 세상에 둘도 없는 앙숙이 되어 버려요.''내 눈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절대로 안돼!''졸지에 로미오와 줄리엣 신세가 되어버린 지민이와 시아는 '할마, 할빠 친구 만들기' 작전을 세웁니다.ㅎㅎ 어떤 작전인지 궁금하신가요?책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래요.너무나도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화해를 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것도 잠시, 시아의 할아버지가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되어요. 놀이터에서 안녕을 고하는 장면은 참 슬펐어요. ''하나뿐인 우리 할빠! 할아버지가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도 내가 다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다시 태어나도 꼭 할아버지 손녀 할래요.''시아와 동생 민아가 할아버지를 끌어안았어요.육아 동지였던 시아의 할아버지가 떠나자말자 오후 네 시의 놀이터에는 새로운 멤버가 등장합니다. 이제 막 황혼 육아 전쟁에 뛰어든 소윤이 할머니입니다. 엔딩 장면이에요. 두 할마들의 고귀한 삶을 응원합니다.할마와 할빠들의 육아전쟁을 주변 인물들과의 인과관계를 엮어 호소력 있게 끌고가는 구성력이 단연코 돋보입니다. 게다가 박진감까지...지루할 틈 없이 술술 잘 읽혔거든요.이 책은 놀이터 풍경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쓰여진 글이라고 하는데요. 당시에 동네 놀이터에서 마주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육아를 매개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색달라서 기억에 남았다고 하네요. 아이 키우는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말 디테일한 사건들이 빠짐없이 묘사된 점도 이 책을 읽는 깨알 재미였어요. 온 가족이 함께 읽어보고 서로 이야기 나누어 보아도좋겠어요. 각자의 견해와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가족 사랑이 한층 돈독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일단 재미있게 읽었으면 합니다. 그리고가족, 친구, 이웃에 대한 가치로운 생각이 한 뼘 더 자라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