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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 상식사전 - 이해한 만큼 보이는
아키모토 유지 지음, 나지윤 옮김 / 길벗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진품을 실제로 보신 분들은 어쩌면
제가 느꼈던 첫 인상, '헐 뭐야 이거' 맥 빠졌던 감탄사에 공감하실 지도 모르겠어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대박 큰 방에 사람 꾸역꾸역 모여있길래 뭣이? 모나리자? 하고 뛰어갔다가
ㅋㅋㅋ 그 인파를 기어이 제치고 가서 만난 모나리자는 고작 가로길이 두 뼘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주 작은 그림이었습니다.
맞아요. 너무 어릴 때, 철도 없고 사전 지식도 없이 급하게 갔지요 ㅠㅠ

미술처럼 정말 내가 공부한 만큼'만' 보이는 분야가 또 있을까요?
역사, 건축, 정치, 경제, 종교, 과학 등 온갖 지식이 총 집결된 미술, 유달리 고급 취미로 분류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요.
피카소의 게르니카 그림은 알지만 그 뒤의 참혹한 이야기를 모르면 이 그림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죠.
이 책의 제목이 <이해한 만큼 보이는 서양미술 상식 사전>인데 저는 여기에 '만'을 넣어서
이해한 만큼'만' 보이는 서양미술 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아테네 학당으로 시작하는 르네상스 이후부터 모나리자, 최후의 심판, 우유를 따르는 여인,
세상의 기원, 올랭피아, 인상 · 해돋이, 해바라기, 우리는 어디서 와서 · 무엇이 되어 · 어디로 가는가?,
생트 빅투아르 산, 마티스 부인의 초상 혹은 녹색 선, 아비뇽의 처녀들, 절규, 빨강 · 노랑 · 파랑의 구성, 흰색 위의 흰색,
머리를 땋은 소녀, 샘, 기옥의 지속, 도시의 전경, 넘버 31 · 1950, 공간개념 · 기대,
20세기 팝 아트 마릴린 먼로까지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총 22점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작품 이름만 보아도 벌써 떠오르는 그림들이 많으실거예요.

한 작품당 Step 1 표현법 읽기를 통해서 기법이나 색채, 대상 등 회화 요소와 관련된 미술 사조를 살펴보고
Step 2 시대상 읽기를 통해 작품을 제작할 당시의 정치, 경제, 사상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맥락을 살펴봅니다.
미술사조와 시대 상황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작품을 들여다보는 이 과정이
다른 작품을 볼 때에도 큰 힘이 될 거예요.

먼저 르네상스부터 시작합니다! 각 시대 미술의 특징도 정리가 되어 있어요.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을 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3가지는 바로
1.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재발견하다
2.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세계관이 바뀌다
3. 명암법, 원근법 등 현대적 회화기법이 탄생하다
입니다. 이 세 가지에 주의하면서 해당 사조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물론 해당 사조의 설명도 자세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각 사조별 부제가 붙어있는데요,
르네상스 - 신에게서 벗어나기, 바로크 - 시민사회와 이야기의 탄생, 사실주의 - 아름다움으로부터의 탈피,
인상주의 - 절대적 권위로부터의 자유, 야수주의 - 색채의 혁명, 입체주의 - 형태의 혁명,
표현주의 - 인간 내면의 깊은 탐구, 추상주의 - 대상으로부터의 독립, 에콜 드 파리 - 자유분방함 속에 내재된 삶의 애환,
다다이즘 - 기존 예술의 부정, 초현실주의 - 무의식의 표현, 추상표현주의 - 격정적 표현,
팝아트 - 대중 소비사회의 반영 까지 부제만 읽어도 대략 느낌이 딱 오시죠?
저는 목차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의 흐름을 잘 정리한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작품을 다 소개해 드리기는 어려우니 제가 좋아하는 작품 먼저 같이 볼게요.
인상주의의 대표화가인 모네의 인상, 해돋이 입니다. 빛에 따라 색이 변한다는 인상주의 화가들은
말 그대로 끊임없이 변하는 빛의 순간을 빠르게 툭툭 붓질하여 캔버스에 담아냅니다.
또 파랑과 노랑을 진짜로 섞어서 녹색을 만들어 칠하는 것이 아니라,
파랑과 노랑을 '나란히' 칠하면 색이 섞여보이는 색채분할법이 구사되기도 하지요.
일본인인 저자는 일본 판화인 우키요에가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다음은 표현주의의 대표작품인 '절규'를 함께 봅시다. 이 작품은 워낙 패러디가 많이 나와서
뭉크는 몰라도 이 그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그림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가운데 사람이 절규하고 있다, 소리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사람은
누군가의 비명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원 제목은 'Der Schrei der Natur', 자연의 비명이라고 해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았던 뭉크에게 발작이 찾아왔을 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그린 것이라니,
세기말 감성과 어우러져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그린 뭉크의 그림이 갑자기 달리 보이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추상주의의 대표자, 몬드리안의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입니다. 이 작품 역시
워낙 많은 곳에서 사용되다보니 제 지인 중엔 가전 디자인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모든 사물을 최대한 단순화 시키다보면 오직 수직과 수평만이 남지요. 수직과 수평이 이루는 균형,
그것이 세상과 우주를 이루는 근본적인 질서라고 몬드리안은 생각했던 것인데 이렇게 단순화에 집중했던 몬드리안이
사실은 국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전통 미술 교육을 받은 사실주의자였다는 사실!
그러나 그것을 초월하여 절대적 본질에 도달하고자 했던 몬드리안의 고민과 깨달음이 잘 담겨있는 그림입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미술관이 즐거워지는 명화 감상 노하우도 담겨있어요.
지식과 교양을 키우는 미술 감상법이나 초보자를 위한 미술관 산책의 기술 등 실용적인 정보가 많이 들어있답니다.
예를들면 기획전 방문 전에 홈페이지를 확인한다던지 도록 구입이나 상설 전시 등에 대한 가이드도 짚어줍니다.
특히 비난을 감수하고 적었다는 5점 집중법, 대표작품에 집중하고 그 다음 중요한 작품, 그 다음 중요한... 이런식으로
한 전시회의 모든 작품들을 다 안고 갈 필요 없이 몇 가지 중요한 작품만 건져도 성공이라는 의견에 정말 동의합니다.
명화를 만나는 태도와 자세 뿐만 아니라, 요즘은 인증샷이 중요시 되는 시대라, 작품보다는 인증이 우선인 분들도 많아 안타까워요.
'어차피 사진만 남잖아'가 아니라, 인증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작품과 감상이 남을 공간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시다.
사진 찍으러 전시 가는 게 뭐가 어때서? 라고 하기에는 이제는 영양가없이 오로지 인증샷만을 위한 전시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주제와 상관없이 '인생샷 남기러 오세요' '여기가 셀카 맛집'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전시들은 뭐... 트렌드로 받아들여야 되는거죠?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 보고 또 공부하고 준비한 만큼 알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해한 만큼 보이는 서양미술 상식사전> 서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