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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봄봄,소나기,따라지,만무방,금따는 콩밭,가을,야앵 외 - 어문각 9
김유정 지음 / 어문각 / 1984년 4월
평점 :
절판
흔히들 인간의 내면에는 오욕 칠정이라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외면적으로야 어떻게 비춰지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공통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기본으로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 이 감정들 중 인간의 의식이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재산 욕이 인간의 삶의 방향이나 질을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물질적인 측면에서 판단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는, 특히 산업화 이후의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양심이나 삶의 방식, 가치관 등이 물질에 의해 좌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곧, 인간의 최대의 목표가 부의 축적이고 그 목표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고를 유물론적 가치관이라고도 하는데 김유정의 '금따는 콩밭'에 이 사고가 잘 나타나 있다.
영식과 수재의 삶에서 물질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금줄을 찾는 것이 인간관계, 가치관, 생활방식 등 생활의 전반에 걸친 큰 변화를 초래하는 것을 보면 결국은 영식과, 수재의 삶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은 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는 착실하게 농사를 짓고 살던 영식과 수재가 평생의 직업이었던 농사를 버리고 일확천금을 바라며 금줄 찾는데 전력을 다한다.
결국은 농사를 전부 갈아 업고도 금줄만 찾으면 된다는 사고로 오랜 생활의 방식을 180。 뒤집어 놓는 것이다.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1년 동안 고생한 결실을 거둬들 일 수 있었을 텐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탐스럽게 영글어 가는 콩들을 뒤집고 그런 허망한 일을 했는지....게다가 영식은 수재와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소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착실하게 농사만 지으려고 한 성실한 농부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내가 만일 영식과 수재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영식과 수재의 행동이 어리석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내가 막상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어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 같다. 오죽했으면 터무니없는 금줄을 찾아 나섰겠는가?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고 아내는 살림에 쪼들려 잔소리만 하고.....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난한 삶의 비참함과 처절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금줄을 찾자고....비록 그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힘든,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지금의 힘든 생활에서 벗어 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콩밭에 구덩이를 팠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밖에 다른 길이 없었으므로...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인데도 금줄을 찾아 나선 영식과 수재를 보면서 물질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만일 그들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했을 때 나 역시 그들과 같았을 것이기에 인간 내면의 의식과 현실 속에서의 행동이 일치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가난은 사람에게 불가능한 횡재의 꿈을 심어주고 부도덕한 판단력을 싹트게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물질에 지배되지 않고 나름대로의 주체적인 정신을 가지라는 경각심을 주면서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또한 금줄 찾기를 매개로 하여 가난에 처한 인간의 허욕을 그려낸 김유정은 시대는 달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금줄을 찾기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