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처럼 노래하라 - 물속 생명을 조율하는 소리,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아모리나 킹던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영화인 해리포터에 이런 장면이 있다.
찢어지는 듯한 소음이 온 건물을 울리는 황금알.
그 소음의 정체는 인어의 노래였다. 그 인어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물속에 잠수를 해서 황금알을 열어야만 들을 수 있었다. 주인공 해리가 트리위저드 대회에 참가해서 헤쳐 나가야 하는 미션 중 하나였던 이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인간의 기준이 아닌, 다른 생명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물고기처럼노래하라 (#아모리나킹던 지음 #문학수첩 출판)는 물속의 소리에 대한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우리는 물에서 기원해 오랜 세월 진화하며 적응한 생명체이지만 물속에서 소리를 듣지 못한다.
물에서 기원했다라는 사실과 만물의 영장임에도, 귀가 있음에도 물속에서 인간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물속에서 소리가 별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물속 생명체도 소리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던 인간의 오만함을 연구 결과라는 팩트로 조곤조곤 깨부순다.
⠀
물속에서 소리는 대기에서보다 4배 이상 더 빠르게 나아가고,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드넓은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다.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물속에서 소리만큼 효율적인 감각이 없는 것이다.
귀가 없는 산호초나 문어 따위들도 안전을 위해 해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돌고래는 자신이 낸 소리가 먹이의 부레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으로 먹이를 찾고, 그 먹이들 중 청어는 그 돌고래 소리를 들으면 부레를 비워서 가라앉음으로 자신을 지킨다.
⠀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고요함. 엄마의 양수 속과 비유하며 물속을 고요하다 생각하지만 바다는 사실 고요하지 않다. 물고기들의 합창과 고래들의 울음소리 온갖 생물들의 살아내는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는 곳이다.
수중청음기를 만들어 내고 나서야, 그로 인해 인간이 비로소 물속에서 들을 수 있게 됨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 진화로 겨우 바다를 떠났던 인간들은 다시 한번 바다생물로 포함되려 한다. 잠수함을 비롯한 첨단기술들로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고 있다.
⠀
하지만 바다의 모든 생물들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간의 오만함으로 잊었다. 인간이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들이 내는 소리, 아니 소음들이 해양생물들의 생활방식과 모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돌고래들이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배 모터 소리에도 사냥을 멈추고, 고래들은 잠자는 것을 멈추고 더 깊이 가라앉는다. 덜 먹고 덜 쉬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강제받는 것이다.
⠀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은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만을 위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행동이 ‘기존의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겸손해야 한다.
“물고기도 새처럼 노래부른다.”
“해양생물도 인간처럼 귀로 소리를 듣는다.”
틀렸다. 해양생물이 새보다, 우리 인간보다 먼저다.
새가 물고기처럼 노래 부르고, 인간이 해양생물들처럼 듣는 것이다.
같은 의미일 수 있지만 이 미묘한 차이가.
우리 인간이 지구에서 가져야 할 위치와 행동방향을 올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신기한 이야기로 눈과 귀를 사로잡고,
그 아름다움과 즐거움에서 중요한 것을 배워 가슴에 새길 수 있게 해준다.
⠀
앞서 말했던 해리의 황금알 같은 귀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서모임을 하면서 즐거웠던 해프닝이 있었는데, 바로 오탈자 발견이었다. 만듦새도 좋고 내용도 좋은 책에 오탈자 하나가 얼마나 아쉽게 느껴지던지. 함께 찾은 오탈자를 출판사에 문의해 다음 판부터는 수정되게 하겠다는 답장을 받았을 때 모두가 기뻐했더랬다. 그 책이 더 소중하게 기억에 남게 되었다, 평생.
⠀
책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작가와 편집자 정도만 생각했는데, 교열자가 있었다. 글자의 오탈자는 물론, 앞뒤 문맥이나 문장의 표현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작품 속 실제 있었던 일들의 팩트체크까지 담당하는 소리 없는 영웅 같은 사람들이다.
⠀
#비교하고검토하는교열부의쿠쥬씨 (#고이시유카 만화 #서교책방 출판) 덕분에 이런 교열자들의 목소리를 얼핏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대표 출판사로, 다른 출판사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교열부가 오십여 명의 교열자가 있고, <인간 실격>, <1Q84>와 같은 멋진 책들이 이들의 손에 의해 완벽한 책으로 탄생한 신쵸사의 교열부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 심지어 만화책으로 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
교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친근한 그림체로 구경하는 재미도 좋지만, 교열이라는, 일반인들은 있는 줄도 모르는 일에 애정을 가지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극을 받았다.
⠀
살아가면서 애정과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무언가를 했던 적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런 일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차피 제대로 알아봐 주지도 않는데, 시간 낭비다 등등. 외부인들이 교열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는 나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스로가 하는 일을 그렇게 생각했으면 일 외적으로 다른 것에서 진심이기라도 하면 그나마 나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냥 심장이 뛰고 있으니까 살아가는 느낌으로 살아왔다. 무언가에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진심일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씨>를 얼굴을 붉히며 읽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만드는 얘기도 싫어할 리가 없다. 나는 책이 배송 중에 상처를 입은 모습을 보면 최선을 다해 이 책을 만들었을 사람들이 너무 슬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오랜 시간 밤늦게까지 사무실의 불을 밝혔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괜히 책을 한번 쓰다듬게 된다.
무사히 내 손에까지 와줘서 고맙고 기특해서.
⠀
책에 대한 애정과 나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다짐까지. 책을 보는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
이러니까, 이럴려고 책을 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장의사생아들 (#홍선기 엮음 #모티브 출판) 속 병치되어 있는 위대한 작가들의 글과 그림을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눈에 담았다.
⠀
러시아의 백작가문 출신. 자신의 전 재산과 저작권을 나라에, 농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애쓴 살아있는 윤리. 그림자는 검지 않다고, 그림자 주변에 머물러 있는 세상을 빛을 발견하고 세상의 밝은 면만 그림에 담았던 빛과 같은 존재. 그들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만큼 유명한 톨스토이와 르누아르.
⠀
이 책에서 그들을 묶어주는 것은 거장이라는 이름이 아닌, 적자가 아닌 사생아를 출산한 아빠라는 사실 단 하나다.
수많은 작품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삶의 모습까지 모두 담아낸 ‘거울’ 톨스토이. 찬란하게, 그리고 눈부시게 세상을 담아냈으나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창문’ 르누아르. 그들의 작품관은 그들의 떳떳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
톨스토이는 그의 적자가 아닌 첫아들을 외면하였으나 그 엄마와의 죄악은 낱낱이 작품으로 고했다. 여인의 이름도 숨기지 않았다. 그 사생아는 아버지의 집에서, 그리고 이복동생들의 집에서 마부로 살았다. 곁에 있으나 곁에 없는 듯. 작은 거울에는 자기 자신만 비칠 뿐, 주위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
세상과의 거리를 두는 르누아르. 그의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인정한 위대한 화가가 된 이후부터 딸에게 적지 않은 돈을 동봉한 편지를 끝없이 보낸다. 결혼 지참금도 보내고, 살 집도 마련해준다. 죽으면서는 딸에게 약간의 연금도 남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 말라고 편지에서 신신당부한다. 자신도 딸의 존재를 평생 숨겼다. 적자들이 유언 집행할 때에서야 그 딸의 존재를 알았을 만큼.
창문은 내다볼 수 있으나 투명한 유리로 막혀 있어 전해지지 않는다.
⠀
하지만 이 둘의 이야기를 한 명은 외면했고, 한 명은 챙겨주었다라고 이분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라고 저자는 말한다. 톨스토이가 농민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눠주려고 할 때 정말 ‘농민’인 자신의 첫 아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르누아르가 꼬박꼬박 돈을 보내준 것은 일종의 입막음이 아니었을까? <화가의 가족> 작품에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하나 더 그려져 있는데 자신의 첫 딸을 담아 놓은 것은 아닐까?
⠀
단 몇 줄,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무수한 사연, 남들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물론 더 나은 방향은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누군가를 유죄로 판결 내릴 만큼 ‘나’는, ‘우리’는 완전무결한가.
⠀
인간이란 모순적이다. 그 양면을 다 가지고 있기에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나약하다.
나약하기에 죄를 짓는다. 죄는 누구나 짓는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주저앉느냐. 그럼에도 나아가느냐.
⠀
죄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또 살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 인공지능과 관계 맺는 인간에 관한 탐구
이모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절친, 또다른 나 자신이라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도 하지 못하는 ‘진짜 고민’을 AI에게 털어놓는 경우들이 제법 있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AI가 유용하다 말하고, 이런 경험 없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AI의 발전이 위험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AI가 이미 우리 생활에 제법 깊숙하게 들어와있는 현재, 우리는 미래를 걱정한다.
AI가 인간을 앞지른 그 순간을. 그런데 AI와 인간에 대해 우리는 우위를 결정할 수 있을만큼 잘 알고 있을까?
⠀
#우리는왜AI에게속마음을털어놓을까 (#이모란 지음 #글담 출판)은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맺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발전과정은 물론, 챗지피티와 클로드와 같은 생성형 AI를 사람처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심리적 요소를 살피며 각자를 정의한다.
⠀
이런 팩트체크를 따라가다보면, 인간은 자신을 특별하게 여겨주면서도 자신의 상태나 선택을 판단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포용력을 좋아하고, AI가 그것을 모두 해당한다고 ‘잘못 알고’있다는 상황이 비로소 보인다. AI가 알고리즘과 스크립트에 따라 문법에 맞고 상황에 맞는 텍스트를 출력해내면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 그 이야기를 끼워맞춘다.
정보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답을 내리지 않는 상황도 배려로 보인다. 불안을 숨기고,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도망가기를 택하는 현대인들의 상황이 AI와의 관계에 여실히 나타나 있었다.
⠀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조금씩 더 손쉽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발전해온 세상은 효율 이외의 것들을 무가치하게 만들었다. 참을성과 조언이라는 이름의 싫은소리를 그저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진짜를 벗어나 진짜 같은 가짜에 집착하게 된다. 그렇게 의존은 하지만 마음과 머리 한켠에는 무엇이 잘못되어있고 빠져있다는 느낌은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다.
⠀
절여져있는 달콤함과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기술 중 AI는 전부이자 일부이다. 더한 기술들이 끝없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럴때마다 AI와 같은 잘못된 관계를 형성해 살아간다면 그 기술을 이용하는 우리는 정체될 것이다.
⠀
올바른 태도와 행동은 우리 스스로 너무 잘 알고있다. 그것이 불편함과 여러 부정적인 감정과 힘듦을 야기하는 것도 알고. 그 애매모호함을 견뎌내야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지금까지의 기술은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자극하지 않았다. 하지만 AI는 의도치 않았더라도 기가막히게 인간의 약점을 파고든다.
이 이후에 등장할 기술에 AI는 거의 대부분 탑제될 것이다. AI에 대한 입장정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
인간고유의 애매모호함, 항상 선하지만은 않은 이중성이 우리 인간의 본성임을 이해하고, 이용해 더 나아지는 것을 포기하지 않음과 동시에, AI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대응법과 활용법을 찾아야한다는 본격적인 물음표로 나아가는 길의 시작점에 비로소 나를, 인간을 위치시키는 책이다.
⠀
책 제목에 있는 왜?라는 의문은 AI가 아니라 결국 우리를 향한 것이었다.
웬만한 문제들의 답은 우리 인간 속에 이미 존재한다.
⠀
불편함에 매력을 느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ㅣ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보다 약간, 또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로 오늘을 말하는 SF라는 장르. 나는 그 장르의 시작을 정보라 작가로 했다. 로봇과 자동차가 주인공인 그 이야기에서 인간의 어리숙함을, 그 어리숙함에서 감추지 못하는 다정함을 읽었더랬다. 멸망 후,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에서 한 줄기 희망이 피어오르는 것은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고. 그러니 우리도 현실에서 힘내고 노력하자고. 그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
#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 (#정보라 지음 #텍스티 출판)은 그런 정보라 작가가 2009년부터 만들어 놓은 그녀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단편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녀가 이야기 속에서 그린 미래는 지금 우리의 시기와 많이 멀지 않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이 더 이상 타임머신과 같은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는, AI가 이미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시기에 살고 있다.
나머지 두 편의 이야기는 과학 기술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심지어 전래 동화 같은 이야기도 있어 과거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더 우리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
⠀
그래서 <귀야옹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책에 담겨 있는 세 편의 이야기가 공통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남녀 간의 성차별 문제이다. 남성은 이성, 여성은 감성이라는 논리로 여성을 남자보다 아래에 놓고, 마을의 평화를 위해 괴물에게 제물이 되어야 하며, 사랑 없이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다음 세대를 출산하는,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정도의 위치로 등장한다.
⠀
사회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라는 명목이지만 결국 더욱 손쉽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조금 더 팩트이다.
그렇기에 개별적 특성과 이해관계가 아닌 전체로 보고 공리주의적 체제를 만들어 따른다.
그러니 평생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와도 같은 분에게 노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 썼는데 왜 기운을 다 썼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이름이 아닌 숫자로 사람을 분류하기도, 인간을 학습한 인공지능 로봇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는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결과를 내리고 고양이와 여자 성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
어쩌면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세상에서 보았을 때 전체에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세한 균열일 수도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문제없이 지배층이 원하는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세상이 바람직하고 살기 좋은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
소수의, 특정 집단의 행복이 극대화되는 것이 아닌, 노예도, 힘없는 취약 계층도, 여성도, 고양이도 저마다의 행복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필요하다.
⠀
그런 행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마다 입장에 따라 무수한 답이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방향은 자신들의 이익을 향하는 것보다 고양이가 마음 놓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맘껏 그루밍하고 새끼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
고양이는 귀엽다.
그렇게 귀여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표지의 고양이를 자꾸만 쓰다듬게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